/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아디다스코리아 제공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아디다스코리아 제공
기사에서 가끔 발견하는 문장 가운데 “하루 세 번 이빨을 닦다”란 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서 쓰인 '이빨'은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이처럼 ‘정상적인’ 사람의 치아[이齒어금니牙]를 나타내는 순수 우리말은 ‘이’가 맞습니다.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인 까닭입니다.

때문에 통상 이빨은 주로 짐승의 치아를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가령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울부짖었다”가 꼽힙니다.

이빨은 그러나 비속어로 사용할 때 사람에게 적용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누런 이빨’ ‘이빨을 까다’ ‘이빨이 갈리다’ ‘이빨이 세다’가 쓰임새입니다.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 [27세, 리버풀]가 6월 25일 나타우의 이스타지우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D조 3차전인 이탈리아전에서 ‘짐승 짓’을 저지르며 자국을 16강에 견인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1 대 1 스코어로 팽팽하게 맞선 이 경기 후반 33분 경, 신경전을 벌이던 수아레스와 이탈리아 수비수 키엘리니가 동시에 이탈리아 진영 페널티박스 안에서 나뒹굴었습니다.

수아레스는 자신의 이를 건드리고 있고, 키엘리니는 왼쪽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주심이 다가오자 키렐리니가 벌떡 일어나 유니폼의 목 부위를 걷어 내려 어깨에 난 ‘어떤’ 자국을 보여 주었고요.

주심은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에 대한 상황 파악을 외면하고 그냥 경기를 속개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UHD TV에 나타난 느린 화면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수아레스가 키렐리니의 어깨를 콱 깨문 것입니다.

키렐리니가 유니폼을 걷어 내린 이유가 설명된 겁니다. 그 곳은 이로 깨문 자국이 선명했고요. 국내 한 방송사의 해설자는 이 상황에 대해 “수아레스가 또, 또, 물었습니다. 수아레스가 넘어지고 이를 만지는 것으로 봐 뼈를 깨문 모양입니다”고 비난했습니다.

수아레스는 이에 앞서 두 차례 상대편 선수를 깨문 전과를 지녔지요. 때문에 수아레스의 이 같은 그라운드내 행동에 대해 ‘사람 아닌 금수의 짓’으로 규정해 ‘핵이빨’이라고 표현하는 지경입니다.

국내팬 일부는 심지어 수아레스의 이름을 ‘獸[짐승 수]牙[어금니 아]레스’로 해석하는 실정입니다.

또 그의 축구에 대해 ‘덴털사커’란 명칭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 FIFA는 공식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입니다.

축구팬들은 전 세계인의 ‘신사적인’ 잔치를 ‘짐승판’으로 격하한 獸牙레스를 “그라운드에서 영원히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축구 꿈나무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대체 무엇을 배우겠는가?"란 것이 축구팬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아무튼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은 심판들이 수아레스의 짓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냥 진행된 경기에서 2분 뒤 곧바로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 [2 대 1]을 성공하고 이탈리아팀에 6월 25일에 불어 닥친 불운 ‘블루의 저주’를 안겼습니다.

[블루의 저주=이날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 ‘아주리 Azzurri (청색 의미의 이탈리아어)군단’ 이탈리아와 일본 (콜롬비아에 1 대 4 패) 대표팀이 모두 고유한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와 쓰라린 패배를 맛보며 16강전 진출 기회를 놓친 것을 일컫습니다.]

이와 함께 이날 ‘현역神’ 드록바의 코트디부아르 대표팀과 ‘고대神’ 제우스의 그리스 대표팀이 맞붙어 이른바 ‘신들의 전쟁’으로 불린 대결에서 그리스가 극적으로 승리 [2 대 1]하며 ‘16강전 진출의 기적’을 창조했습니다.

특히 그리스의 이번 경기 승리는 ‘기대난’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난적' 벨기에전을 앞둔 대한민국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