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드론'시대의 그림자…美서 10년간 400여기 추락
드론(drone·무인기)의 상업 활용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연방항공국(FAA)은 지난 10일 영국계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드론 상업 활용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하지만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미 군사용 드론 418기가 공중에서 추락하거나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전 규정 등을 정비하지 않으면 드론 시대의 그림자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사용 드론 418기 추락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2001년 9월11월부터 2013년 말까지 기계 고장과 조종사 과실, 악천후 등으로 400대 이상의 군사용 무인기가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미국 정부로부터 입수한 5만쪽 분량의 사건조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 말 미국에선 무인기 ‘MQ-1 프레데터’ 조종사들이 원격조종장치의 버튼을 잘못 눌러 자신들의 바로 옆에 무인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2012년 6월에는 해군 소속 ‘RQ-4 글로벌호크’ 정찰 무인기가 메릴랜드주에 떨어져 산불을 냈다. 심지어 공군 소속 C-130 허큘리스 수송기와 공중에서 충돌한 사례도 있었다.

추락한 400여대 가운데 194건은 공중에서 항공기와 충돌하거나, 피해 규모가 최소 200만달러(약 20억4000만원)에 이르는 ‘A 등급’ 사고였다. 무인기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망사고 발생 위기는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WP는 다만 드론 사고율은 지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이크 웨더링턴 국방부 무인기 책임자는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위험한 행위”라며 “국방부는 무인기에 대해 엄격한 안전 규정을 갖고 있으며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탐사에 무인기 상업 활용 첫 허가

미 연방항공국은 지난 10일 석유회사 BP의 무인기 활용 신청을 허가했다. 무인기의 상업적 이용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P는 향후 5년간 알래스카 지역의 유전 탐사 및 시설점검, 3차원 지도 제작 등에 무인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앤서니 폭스 미 교통부 장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무인기의 상업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무인기 활용을 준비해 온 다른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영화협회(MPAA)와 항공사진·비디오 제작사 7곳은 정부의 무인기 사용 규제로부터 자신들을 제외해 달라는 청원서를 공식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자체 물류 배송 시스템인 ‘아마존 프라임’을 선보인 아마존 역시 무인기 상용화를 위한 연방항공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구매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30분 내에 무인 헬리콥터 드론이 배송지로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드론을 인터넷 연결에 활용할 계획이다. 규모가 작은 지역에는 무인기를 띄우고, 더 넓은 지역에는 위성을 활용해 인터넷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드론 비즈니스가 향후 10년간 820억달러의 경제효과와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로런 톰슨 렉싱턴연구소 분석가는 “연방항공국이 BP의 요청을 승인한 것은 무인기 활용 지역이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였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 무인기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안전성에 대해 보다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