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두 명사의 삶을 그린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왼쪽)와 ‘이브 생 로랑’.
20세기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두 명사의 삶을 그린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왼쪽)와 ‘이브 생 로랑’.
‘할리우드 여신’ 그레이스 켈리는 그야말로 ‘신데렐라’였다. 영화 ‘이창’ ‘상류사회’ ‘갈채’ 등에서 우아하고 기품있는 여성미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뒤 모나코 왕과 전격 결혼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브 생 로랑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의 황태자’가 된 프랑스 최고 디자이너다. 20세기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두 명사의 삶과 열정을 각각 그린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18일)와 ‘이브 생 로랑’(26일)이 흥행 대결을 벌인다.

니콜 키드먼을 타이틀롤로 내세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켈리의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국가의 왕비가 강력한 용기로 나라를 지켜냈던 비화를 그려냈다. 켈리는 모나코의 레니에 3세와 성대하게 결혼했지만 답답한 왕실 생활에 조금씩 지쳐간다. 이 무렵,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으로부터 신작 출연 제의를 받고 영화계 복귀를 고민한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모나코를 합병시키려고 음모를 꾸민다. 왕비냐, 여신이냐의 갈림길에 선 켈리는 왕비 역을 스크린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잘 해내기로 결심한다. 무기력한 레니에 3세를 대신해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모나코 왕궁으로 초청한다.

여기서 켈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갈채’의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카메라는 전 세계 여성들이 선망한 켈리의 사적인 공간과 우아한 왕실 패션(켈리룩)을 담아낸다. 전작 ‘라비 앙 로즈’에서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화려했던 삶의 이면을 들춰냈던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켈리가 어떻게 왕비로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됐는가를 포착한다.

‘이브 생 로랑’은 패션 천재로 각광받는 삶의 이면에 겪는 창작의 고통과 우울증, 약물과 알코올 중독, 동성애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생 로랑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가 흔들리는 주인공을 일으켜 세운다. 생 로랑의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과 사랑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사랑의 질투가 그 증좌다. 한때 결혼할 뻔한 여자친구이자 자신의 패션 모델이 피에르와 관계를 갖자 모욕적인 말로 쫓아낸다. ‘패션 권력’보다는 ‘패션 마니아’로서 면모도 보여준다. 생 로랑은 스승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달리 패션쇼에 초청할 인사를 선별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디자인에만 몰두할 뿐 모든 사업은 피에르에게 맡긴다.

역사적인 패션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몬드리안의 그림을 패션에 접목한 몬드리안 룩, 판탈롱 슈트인 팬츠 룩 등 그의 패션은 21세기에도 구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생 로랑 역 피에르 니나이의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