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이사회는 한국IBM과 IBM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들은 전산 교체와 관련된 이번 내분 사태의 원인이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에게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본지 6월23일자 A16면 참조

국민은행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IBM과 IBM을 공정위에 신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은행은 “IBM에 계약 연장 조건을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답이 없다”며 “이는 계약기간 만료(2015년 7월) 이후 현재 매월 사용료(26억원)를 계약 연장에 따른 할증 사용료(89억원)로 인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IBM과 IBM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시장 폐해를 일으켰다는 게 국민은행이 공정위에 신고한 이유다.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IBM의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외이사들의 행보는 통상적인 이사회 의결 관행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경영진이 사전에 검토한 안건에 대해 찬반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날은 사외이사들이 안건을 발의하고 통과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은행 최고경영자인 이 행장은 신고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 행장은 “한국IBM을 신고하는 것은 실익이 없고, IBM의 행위가 위법한지에 대한 법률가들의 의견이 달라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분 사태에 대해 그동안 말을 아껴온 사외이사들이 이날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이 행장과 정 감사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사외이사들은 “이번 사태의 발단은 한국IBM 대표가 이 행장에게 보낸 이메일”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이 이메일을 근거로 감사위원회와 사전 협의 또는 보고 없이 정 감사에게 특별감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 감사의 특별감사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은 “특별감사에 착수한 시점과 배경에 의구심이 들고, 감사가 직무 위임 주체인 감사위원회와 협의 없이 몰래 감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감사 과정에서 관련 임직원의 소명기회가 제한됐으며, 감사의 권한 남용으로 은행 의사결정 체제가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