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급락' 대형 정유사, 알뜰주유소로 영업망 확대
오는 8월부터 1년간 전국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정유사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선정됐다. 정제마진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사들은 정유 부문에선 알뜰주유소를 통한 외형 확장으로, 석유화학 사업에선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세워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은 23일 전국 1062개 알뜰주유소에 석유 제품을 공급할 1, 2차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를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엔 4대 정유사가 모두 참여했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두 정유사와 세부협상을 벌여 중부권(서울·경기·강원·충청)과 남부권(경상·전라)으로 나눠 공급업체를 결정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중부권, SK에너지가 남부권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 3년 연속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갖게 된다.

특히 업계 1위인 SK가 알뜰주유소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급자로 뽑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1년 첫 입찰에 불참했던 SK는 지난해 2차 공급자 선정 때 응찰했다가 탈락했다. 올해엔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가격을 써내 ‘재수’ 끝에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SK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납품은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 사업이지만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36%에 육박했던 SK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 아래로 떨어지며 2, 3위와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 사이 3위인 현대오일뱅크는 알뜰주유소 납품을 발판으로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 올해 1분기엔 2위 GS칼텍스에 0.2%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납품 경쟁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점유율을 높여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정유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까지 늘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며 “수요 회복에 대비해 유통망을 선제적으로 장악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뜰주유소에 납품하는 2부 시장 공급자로 삼성토탈이 선정된 것도 정유업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화제품 부산물로 나오는 휘발유를 알뜰주유소에 공급해온 삼성토탈은 내달부터 경유도 납품한다. 이 회사는 매출의 25% 수준인 휘발유 등 에너지 제품 비중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