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 경제 발목 잡는 세 가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역동성을 5~10년 이어가면서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지 않으면 늙은 경제국가로 갈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조로’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생산성 저하야말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파고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매년 발행하는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25명으로 분석 대상국 224개국 중 219위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준을 나타내는 조(粗) 출생률도 8.26명으로 220위다.

고령화도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2년 평균 수명이 81세에 이르렀다. 2060년께는 노인 1인당 생산가능인구가 1.2명으로 지구촌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전망이다. 노인빈곤율은 2010년 4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 내몰리는 노인이 늘어나 작년에 60대 고용률이 30.9%를 기록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가 소득 불균등의 주요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생산현장의 노쇠화도 심각하다. 생산직 평균 연령이 48세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50대 인력 비중은 19%로 늘어난 반면 20대는 10년 새 반토막이 났다. 25~49세의 핵심생산인구가 갈수록 줄어 생산가능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59.2%에서 2013년 33.9%로 낮아졌다.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복병을 만난 셈이다.

저출산·고령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2012년 여성 고용률은 53.5%로 OECD 회원국 중 25위다. 경력단절 여성이 195만명에 달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40대 이후 사회에 복귀하는 소위 M자형 고용패턴을 보여준다.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고 리턴맘 정책이 활성화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선인 남성 육아휴직 비율과 1.4%에 불과한 경력단절 여성의 직업교육 비율이 확대돼야 한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도 빨리 깨져야 한다.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불과 1.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민정책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창조경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은 개방적 이민정책 덕분에 예상 중위(中位) 연령이 39세로 중국 43세, 러시아 44세, 독일 49세, 일본 52세 등에 비해 훨씬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챔피언인 독일은 1.4명의 낮은 출산율로 크게 고민하고 있다.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40년에는 프랑스 인구가 독일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국가에 진입했다. 국제결혼 비율도 10%를 넘어섰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주요 선진국이 한결같이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낮은 노동생산성도 걱정스럽다. 2012년 우리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28위다.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경쟁국보다 낮다. 특히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낮다.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상대 생산성은 2012년 44.5%에 머무르고 있다.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이 적시에 공급돼야 한다.

독일, 스위스에서 성공한 도제식 기술교육이나 일·학습 양립 시스템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과 보건의료의 접목같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의 활성화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고용 유연성이야말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성공조건이다. 남녀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과도한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도 고용시장의 유연화는 시급한 과제다. 성장 잠재력 제고에 올인할 때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