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맞은 중년 여성, 척추관협착증도 주의해야
5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폐경기는 반갑지 않은 존재다. 폐경기와 함께 찾아오는 다양한 증상 때문이다.

안면홍조나 피로감 같은 가벼운 증상은 물론 골다공증, 고지혈증 등의 질환도 폐경기 이후 나타나기가 쉽다. 그런데 폐경기를 맞는 50대 이상의 여성이 주의해야 할 질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매년 1.8~1.9배 정도 더 많은데 2012년 기준 50대 이상 여성이 전체 진료환자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폐경기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여성호르몬이 척추를 감싸고 있는 인대의 약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태엽 세바른병원 강서점 원장은 “척추 인대가 약화되면 자연스럽게 척추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 우리 몸은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인대의 두께를 늘리고 가시뼈를 자라나게 하는데 이것이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을 압박하여 척추관협착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척추관의 폭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허리와 다리에 저릿하거나 묵직한 느낌의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허리보다 엉치, 허벅지, 종아리 등 하반신의 통증을 더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다행히 척추관협착증은 최근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물론 마비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면 불가피하게 수술을 해야 하지만, 그러한 환자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세바른병원의 설명이다. 대표적 비수술 치료법인 경막외 내시경레이저시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만으로도 시행이 가능하다. 김태엽 원장은 “꼬리뼈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한 후 통증이 나타난 부위를 정확히 찾고 레이저로 염증이나 부종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고 시술 방법을 설명했다.

내시경을 사용하므로 CT나 MRI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병증을 세세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요통을 앓고 있거나, 기존에 척추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환자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시술 시간은 30분 내외로 짧고, 국소마취 후 피부 절개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당뇨나 고혈압 같은 전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을 받은 뒤 당일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도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된 발병 원인이 노화인 만큼 예방하기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하지만 평소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 주고, 일상생활 중에 허리를 바르게 펴는 자세를 유지하면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