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업계가 장악 중인 33조원 규모의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은행들이 급속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침체에 빠진 은행들은 자동차금융을 수익성 회복을 위한 틈새상품으로 보고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캐피털社 갈등 틈타…은행들, 車금융 '고속질주'
○은행 상품 금리 5%포인트 낮아

자동차금융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33조원 정도다. 캐피털사가 32조원 넘게 차지하고 있다. 은행권은 5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은행권이 약진하고 있다. 취급규모가 작년 말의 4배인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세다. 선두는 신한은행으로 자동차금융 판매잔액이 5월 말 기준 1조3571억원에 달한다.

캐피털 등 2금융권과 비교해 은행의 경쟁력은 ‘금리’다. 낮은 조달금리로 캐피털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저금리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은행권 자동차금융 상품은 연 4%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평균 연 9% 안팎의 캐피털사 또는 카드사 상품보다 5%포인트나 낮다. 은행들은 계열 신용카드사의 카드로 결제할 경우 대출액의 1% 안팎을 현금으로 돌려주기도 한다. 은행권 대출은 신용등급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통상 캐피털사 등 2금융권 대출 기록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은 신용등급 요건 등 대출심사가 엄격하다. 대출받기 위해 서류를 준비해서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등 편의성도 떨어진다. 캐피털사는 대리점에서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은행 자동차대출을 받으려면 사전에 보증보험사 등의 보증도 받아야 한다.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캐피털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통상 금리는 은행권보다 높지만 자동차 판매사와 제휴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판매촉진 기간에는 은행권 금리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

캐피털사들은 은행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캐피탈의 ‘잔가보장형’ 상품은 할부금에서 차량 잔액을 빼 자동차 교체 주기가 짧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주캐피탈의 ‘오토담보론’은 본인의 신용한도에 차량 시가를 더해 대출 한도를 늘린 상품이다.

○캐피털업계는 자중지란

은행권이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와중에 캐피털업계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중소 캐피털사들이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2010년 카드사들과 손잡고 출시한 ‘카드복합상품’ 때문이다. 이 상품은 카드사가 자동차 판매사로부터 받은 1.9%의 결제수수료 중 약 1.5%를 캐피털사에 돌려주고 캐피털사는 이를 이용해 할부금리를 낮추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 복합상품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현대캐피탈의 의견을 수용해 복합상품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다른 캐피털사와 소비자단체가 반발하며 업계 갈등이 고조되자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캐피털사 간 대립이 워낙 첨예해 상품 폐지보다는 제도 손질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일규/이지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