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科技중심' 초심을 잊지 말아야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인선이 지난 13일 발표됐다. 경제부총리와 신설될 사회부총리를 포함해 7명의 장관이 교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내각 운영은 외교·안보와 경제 그리고 교육·사회·문화 세 팀으로 나눠 꾸려가게 됐다.

2기 내각 구상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 온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과연 누가 하게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총리인가 아니면 경제부총리인가? 박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고, 취임 이후에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했다. 지난 1년간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부처 간 소통을 가로막는 칸막이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창조경제 실현의 틀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조직개편은 ‘경제’ ‘사회’ ‘안전’을 키워드로 이뤄졌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창조경제는 누가 선도할 것인가. 국가의 성장 동력은 누가 발굴하면서 이끌어 나갈 것인가.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에 2만달러를 넘은 이후 7년째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4만달러, 5만달러로 한 단계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과학기술과 ICT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는 일어나지 말아야 했지만, 참사 이후 초동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의 과학적 시스템 부재는 우리에게 심각한 무력감을 안겨줬을 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게 모양의 크랩스터 로봇 투입을 놓고 실패 논란이 있었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재난 대응 로봇은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참사의 실제 상황에 대한 연구가 한참 부족한 데다, 복잡한 재난 지형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율 로봇을 아직은 완벽하게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상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적응 가능한 이종 협업 로봇을 개발해야 하며, 스마트폰 등 휴대용 통신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첨단 재난구조 시스템 역시 개발해야 한다. 이런 대응책들은 우리 사회에 과학문화가 확산될 때에만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 그리고 과학문화를 확산시켜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경제와 사회 부문만을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으로는 거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없다.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부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 새로 선임된 미래부 장관 역시 소신을 갖고 기초과학의 육성, 국민의 안전을 위한 연구, 고령인구 장애인 등을 보듬는 따뜻한 과학기술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2014년도 연구개발(R&D) 예산 17조7358억원 중 재난·안전 분야 예산은 2785억원으로 그 비중은 1.57%에 불과하다. 이 예산도 국토교통부,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에 몰려 있고, 정부 R&D 예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할당된 몫은 미미하다. 재난·안전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고, 재난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는 행정을 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현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parksh@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