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두뇌 '퀄컴 天下'…삼성전자, 따라잡기 쉽지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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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HD 갤S5에 자사제품 대신 '스냅드래곤' 탑재
10년간 AP 키웠지만 혁신 뒤처지며 점유율 4위로
10년간 AP 키웠지만 혁신 뒤처지며 점유율 4위로
삼성전자가 19일 내놓은 ‘갤럭시S5 광대역 LTE-A’의 속을 보면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805’가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가 세계 최초 광대역 LTE-A 통신기술과 쿼드HD(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며 발표한 제품이지만, 정작 자사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엑시노스’ AP는 이번에도 채택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키워온 AP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1년까지 퀄컴을 위협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삼성 ‘엑시노스’는 2012년 4세대 이동통신 LTE 시대가 시작되자 통신기술 장벽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장애물이 하나 더 나타났다. 바로 풀HD보다 해상도가 두 배 이상 높은 QHD 기술이다. QHD 화면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AP가 그래픽 처리 기능을 대폭 높여야 해서다.
◆삼성 AP, 2년 전부터 혁신 사라져
AP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PC CPU 시장에선 인텔이 독주했으나 2007년 스마트폰이 나온 뒤 급성장 중인 AP 시장에선 선두 퀄컴을 삼성전자가 뒤쫓는 구도로 전개됐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 전량을 수탁 생산하며 실력을 키웠다. 권오현 부회장 등이 미래를 내다보고 1990년대 말부터 꾸준히 투자해온 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 갤럭시S2 등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탑재했고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P도 수탁 생산했다. AP 시장 점유율이 20~30%대로 30~40%의 퀄컴을 바짝 뒤쫓았다.
하지만 2012년 LTE 서비스가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핸드오버(통화권역이 바뀔 때 자연스럽게 통화를 이어주는 기능) 기능 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퀄컴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갤럭시S3 LTE 버전부터는 자사 제품에서도 엑시노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갤럭시S4, 갤럭시S5도 마찬가지였다. 고심 끝에 시스템LSI사업부는 세계 최초로 코어를 8개 가진 옥타코어 제품을 내놓았으나 발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또 삼성전자는 AP만으로 이뤄진 단일칩을 고집했으나, 시장에선 통신과 그래픽칩 등을 AP 하나로 묶은 퀄컴 스냅드래곤 같은 통합칩이 대세로 떠올랐다. 통합칩이 값싸고, 스마트폰을 얇게 만드는 데 유리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통합AP 값을 AP 원칩과 통신모뎀을 합한 것보다 싸게 내놓는 전략을 편 게 삼성 AP의 입지를 빠르게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부랴부랴 통합칩을 내놨지만 퀄컴뿐 아니라 대만 미디어텍과 중국 스프레드트럼에도 밀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AP 점유율은 7.9%로 전년보다 3.2%포인트 내려앉았다. 퀄컴(53.6%)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저가 AP시장에서 선전한 미디어텍(9.7%)에 3위 자리까지 넘겨줬다.
◆새로운 장벽, QHD
이 같은 상황에서 QHD가 또 다른 장벽으로 등장했다. QHD는 기존 풀HD보다 두 배 이상 해상도가 높다. 그만큼 AP가 빠른 속도로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갤럭시 S5 광대역 LTE-A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 805 제품은 기존 801의 GPU 성능을 40% 높여 초고화질(UHD)까지 지원할 수 있게 만든 AP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S5 LTE 광대역을 이제 내놓은 것은 그동안 QHD를 제대로 구현해줄 AP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QHD 화면과 스냅드래곤 801 AP를 채택한 중국 레노버의 K920 스마트폰은 그래픽 처리 용량이 크다 보니 발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퀄컴은 몇 년 전까지는 외부 GPU를 사서 AP에 넣었지만 지금은 자체 기술로 GPU를 만든다. 퀄컴이 이렇게 열심히 뛰는 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90%가량 점유하고 있는 두 강자인 삼성전자 애플 모두 자체 AP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기술적으로 더 나은 AP를 만들지 못하면 AP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퀄컴의 GPU 기술 발전은 삼성전자 AP에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영국 반도체 회사인 ARM이 만든 말리 GPU를 주로 채용해왔다. 즉 외부의 그래픽 처리 기술을 빌려온 것. 업계에선 외부 기술을 채용해온 삼성전자가 GPU 기술에서도 퀄컴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LTE 통신기술에 이어 GPU까지 강화해야 할 삼성전자 AP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주목된다.
■ AP
애플리케이션프 로세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특성상 PC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작고 전력 소모가 적어야 한다. CPU뿐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칩, 센서 등 여러 기능을 하나로 합친 형태가 일반적이다.
김현석/박영태 기자 realist@hankyung.com
삼성전자가 지난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키워온 AP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1년까지 퀄컴을 위협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삼성 ‘엑시노스’는 2012년 4세대 이동통신 LTE 시대가 시작되자 통신기술 장벽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장애물이 하나 더 나타났다. 바로 풀HD보다 해상도가 두 배 이상 높은 QHD 기술이다. QHD 화면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AP가 그래픽 처리 기능을 대폭 높여야 해서다.
◆삼성 AP, 2년 전부터 혁신 사라져
AP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PC CPU 시장에선 인텔이 독주했으나 2007년 스마트폰이 나온 뒤 급성장 중인 AP 시장에선 선두 퀄컴을 삼성전자가 뒤쫓는 구도로 전개됐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 전량을 수탁 생산하며 실력을 키웠다. 권오현 부회장 등이 미래를 내다보고 1990년대 말부터 꾸준히 투자해온 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 갤럭시S2 등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탑재했고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P도 수탁 생산했다. AP 시장 점유율이 20~30%대로 30~40%의 퀄컴을 바짝 뒤쫓았다.
하지만 2012년 LTE 서비스가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핸드오버(통화권역이 바뀔 때 자연스럽게 통화를 이어주는 기능) 기능 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퀄컴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갤럭시S3 LTE 버전부터는 자사 제품에서도 엑시노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갤럭시S4, 갤럭시S5도 마찬가지였다. 고심 끝에 시스템LSI사업부는 세계 최초로 코어를 8개 가진 옥타코어 제품을 내놓았으나 발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또 삼성전자는 AP만으로 이뤄진 단일칩을 고집했으나, 시장에선 통신과 그래픽칩 등을 AP 하나로 묶은 퀄컴 스냅드래곤 같은 통합칩이 대세로 떠올랐다. 통합칩이 값싸고, 스마트폰을 얇게 만드는 데 유리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통합AP 값을 AP 원칩과 통신모뎀을 합한 것보다 싸게 내놓는 전략을 편 게 삼성 AP의 입지를 빠르게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부랴부랴 통합칩을 내놨지만 퀄컴뿐 아니라 대만 미디어텍과 중국 스프레드트럼에도 밀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AP 점유율은 7.9%로 전년보다 3.2%포인트 내려앉았다. 퀄컴(53.6%)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저가 AP시장에서 선전한 미디어텍(9.7%)에 3위 자리까지 넘겨줬다.
◆새로운 장벽, QHD
이 같은 상황에서 QHD가 또 다른 장벽으로 등장했다. QHD는 기존 풀HD보다 두 배 이상 해상도가 높다. 그만큼 AP가 빠른 속도로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갤럭시 S5 광대역 LTE-A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 805 제품은 기존 801의 GPU 성능을 40% 높여 초고화질(UHD)까지 지원할 수 있게 만든 AP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S5 LTE 광대역을 이제 내놓은 것은 그동안 QHD를 제대로 구현해줄 AP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QHD 화면과 스냅드래곤 801 AP를 채택한 중국 레노버의 K920 스마트폰은 그래픽 처리 용량이 크다 보니 발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퀄컴은 몇 년 전까지는 외부 GPU를 사서 AP에 넣었지만 지금은 자체 기술로 GPU를 만든다. 퀄컴이 이렇게 열심히 뛰는 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90%가량 점유하고 있는 두 강자인 삼성전자 애플 모두 자체 AP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기술적으로 더 나은 AP를 만들지 못하면 AP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퀄컴의 GPU 기술 발전은 삼성전자 AP에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영국 반도체 회사인 ARM이 만든 말리 GPU를 주로 채용해왔다. 즉 외부의 그래픽 처리 기술을 빌려온 것. 업계에선 외부 기술을 채용해온 삼성전자가 GPU 기술에서도 퀄컴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LTE 통신기술에 이어 GPU까지 강화해야 할 삼성전자 AP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주목된다.
■ AP
애플리케이션프 로세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특성상 PC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작고 전력 소모가 적어야 한다. CPU뿐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칩, 센서 등 여러 기능을 하나로 합친 형태가 일반적이다.
김현석/박영태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