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출간된 ‘기획천재가 된 홍 대리’는 사업 기획에 목말라 있던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뒤로도 홍 대리는 회계천재·골프천재·독서천재로 변신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종의 ‘홍 대리 시리즈’는 지난달 누적 판매 부수 100만권을 넘겼다. 그 홍 대리가 이번엔 중국에 도전했다. 책 제목은《중국 천재가 된 홍 대리 1·2》다.

중견 커피 전문점 ‘빈하우스’의 홍규태 해외사업부 대리는 필리핀 사업 성공을 계기로 중국 대륙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과 전혀 다른 중국 사업 문화와 매번 충돌한다. 무슨 일이라도 할라치면 등장하는 관시(關係)에 당황하고, 탁자를 닦으라고 지시하면 바닥에 흥건한 물은 거들떠보지 않는 사원들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 뭐가 문제일까. 부인 박보현 씨와 함께 책을 쓴 김만기 숙명여대 겸임교수(사진)에게 중국 사업과 중국인 이야기를 들었다.

“관시를 문제 해결의 배경이나 인맥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관시는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킬 때 꼭 필요한 투자입니다.”

김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무일푼으로 중국 땅으로 건너가 한국인 최초의 베이징대 유학생이 된 사람. 런던대에서 중국학 석사 학위를 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이제는 한·중 양국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 투자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관시를 사업 이해관계에만 적용하려다 보니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가 들어가 문제가 생긴다”며 “관시엔 ‘만만디’가 정답”이라고 조언했다. 최소 10년 이상 중국에서 사업을 할 철저한 준비로 뛰어들라는 것.

명절과 경조사마다 회사 경비로 선물을 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그렇게 만든 관시가 언제 어떤 도움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곳이 중국이다. 인재 역시 중국 사업의 핵심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베이징대, 칭화대에서 1, 2등을 차지한 중국 동포를 말이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이나 통역을 시키면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보이지 않죠. 중국인 직원들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회사에 애사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유니클로나 KFC는 현지 CEO를 중국 사람으로 기용했어요. 그러니 일본 기업인 유니클로가 승승장구하는 거죠.”

이 책은 현지 전문가의 생생한 경험에 스토리텔링의 매력을 입힌 중국 사업 실전서다. 한국에선 알기 힘든 중국 비즈니스 노하우가 중간중간 들어 있어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중국에 도전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다산라이프, 각권 1만4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