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이 전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공개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합계출산율 추정치는 1.25명으로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19위였다. 싱가포르(0.80명·224위)와 마카오(0.93명·223위) 대만(1.11명·222위) 홍콩(1.17명·221위) 등과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한국은 219위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과 출산율 최하위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양찬희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등 유교적 성역할 인식과 세계관이 강한 아시아 일부 국가에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에서 최근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자 기존 전통적 인식과 충돌, 결국 여성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는 한국이 출산율 꼴찌였다. 이스라엘(2.62명)이 75위로 OECD 국가 중 순위가 가장 높았고 멕시코(2.29명) 94위, 프랑스(2.08명) 112위, 뉴질랜드(2.05명) 117위 순이었다. 미국의 출산율은 2.01명, 영국은 1.90명이었다.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50년 전에 여성고용률이 상승하면서 비혼·만혼화 현상을 경험했고 이후 동거형태 가정이 확산되고 남녀 간 성역할이 재정립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올해 추정 출산율은 1.40명으로 208위였다. 3년 전 218위(1.21명)에서 10계단 뛰어올랐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출산율 하락을 가장 먼저 겪어 대응 또한 가장 빨리 시작했다. 출산율의 미세한 증가세도 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도 한국(8.26명)은 224개국 중 220위였다. 지중해 연안의 소국 모나코(6.72명), 프랑스령 군도 생피에르미클롱(7.70명) 등과 함께 완전히 바닥권이다.

한국이 이 같은 저출산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선 단순한 출산장려정책을 넘어 비혼·만혼화 현상을 해결하려는 전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장시간 일하는 근로문화를 가정친화적으로 바꾸고 여성에게 일과 가정이라는 이중부담을 안기는 성역할 인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출산율 1위는 아프리카 국가인 니제르(6.89명)가 차지했다. 이외에도 말리(6.16명) 부룬디(6.14명)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출산율이 높았다. 인구 대국인 인도는 2.51명으로 80위, 중국은 1.55명으로 185위, 북한은 1.98명으로 129위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