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출신이라도 고위직 임원 발탁"…인재의 삼성전자, 인사 불문율 깼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LG 출신을 연이어 고위 임원으로 발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예전엔 LG 출신을 좀체 임원급으로 중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선 이 같은 암묵적인 불문율조차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자취를 감췄다.

삼성전자가 지난 1일자로 단행한 삼성전자 DS(부품) 부문 인사에서 새로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전영현 부사장은 옛 LG반도체 출신이다.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를 딴 뒤 1991년 LG반도체에 입사, 1999년까지 9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1999년 LG반도체가 현대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흡수합병된 직후인 2000년 삼성으로 이직했다.

올 들어 시스템LSI사업부 차세대제품개발팀장을 맡은 박용인 전무도 직전 직함은 동부하이텍 대표이사지만, 실은 LG반도체 출신이다. 박 전무는 연세대를 나와 LG반도체에서 1987~1999년 일했다. 이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거쳐 동부하이텍 부사장과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난 5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 부사장으로 영입된 이원진 구글코리아 사장 역시 LG전자 출신이다. 이 부사장은 미국 퍼듀대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LG전자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액센츄어와 한국어도비를 거쳐 구글코리아 대표로 일했고, 이후 구글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해 아시아·태평양지역 고객사와 광고대행사 관리를 총괄해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LG 출신이라서 뽑은 게 아니라 핵심인재여서 영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2000년대 말 이건희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인재경영을 본격화한 뒤 핵심 인재를 꾸준히 임원급으로 영입해왔다. 그렇지만 LG 출신은 많지 않았다.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동종 업계에서의 인력 스카우트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양사 임직원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경쟁의식도 걸림돌이었다. 여기다 기업문화가 달라 입사 후 적응하지 못한 사례도 일부 있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