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중앙은행(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닮은 듯 다른 스타일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옐런 의장은 전임 벤 버냉키 의장과 더불어 성장을 중시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돼 왔다. 2010년부터 Fed 부의장을 역임하면서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초유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결정해 ‘헬리콥터 벤의 훌륭한 조력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가 외에 실업률을 정책목표로 삼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총생산(GDP)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하지만 Fed 의장으로 취임한 뒤 3월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예상과 달리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흘리는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언론들은 그녀를 ‘비둘기의 탈을 쓴 매’라고 표현했다.

반면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매파’ 성향이 강하다.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그는 공공지출 삭감과 통신·금융 부문 민영화를 주도해 이탈리아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특히 이탈리아의 만성적인 인플레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존 가입을 적극 추진, ‘슈퍼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ECB 총재 선임 과정에서도 이탈리아 출신을 꺼리는 독일 등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드라기는 “유로존의 인플레 예방이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ECB를 디플레이션에서 구하기 위해 전례없는 양적완화 조치까지 예고하면서 옐런 의장의 뒤를 쫓아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