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LIG손해보험 본사인 LIG타워빌딩. 한경DB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LIG손해보험 본사인 LIG타워빌딩. 한경DB
LIG그룹이 KB금융지주를 LIG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조건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에 공을 넘겼다’는 해석이 많다.

입찰에 참여한 KB금융, 동양생명, 롯데그룹 등 3곳은 비슷한 가격과 조건을 제시했다. LIG그룹은 이 중 KB금융을 선택했다. LIG손보 임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데다 향후 회사 자본을 추가로 확충할 수 있고 인수합병(M&A) 시너지 효과까지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KB금융 내분이 발생했다. 고심 끝에 금융당국의 최후 결정을 기다리기로 했다. 보통 한 달 이상인 배타적 협상기간을 오는 26일까지 약 2주일만 부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위 “법에 따라 결정할 것”

[금융 판도가 바뀐다] KB금융 '징계수위'가 LIG손보 새 주인 결정
가장 큰 변수는 KB금융이 받게 될 징계 수위다. KB금융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수준의 경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오는 26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가 확정되면 법적으로 인수 자격을 잃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수자로 선정되더라도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위한 심사 과정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회사는 3년간 보험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지주사의 경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면 보험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특례 조항’이 있다. 결국 KB금융이 기관경고를 받더라도 금융위가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주면 인수가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결정할 문제”라며 “법적으로 제약이 없지만 승인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함께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권에선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주와 은행 경영진이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협상을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기관주의’ 이하로 낮아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금융위의 승인 가능성은 높아진다. LIG그룹은 KB금융과 협상이 무산될 경우 동양생명, 롯데그룹과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성공하면 금융권 판도변화

[금융 판도가 바뀐다] KB금융 '징계수위'가 LIG손보 새 주인 결정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KB금융의 자산 규모(신탁 및 관리자산 제외)는 약 319조원으로 종전 1위인 신한금융(318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0.7%에서 85.2%로 낮아지게 된다.

손해보험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LIG손보가 KB금융 계열사가 되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채널을 통해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 대형 손보사 한 임원은 “KB금융 거래 기업과 개인들을 공략하면 자동차보험의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LIG손보의 보폭도 커질 전망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이 낮아서 손보사의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된다. 대형 보험사의 한 임원은 “LIG손보가 KB금융 계열사가 되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까지는 어렵더라도 2위권 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동욱/장창민/김은정/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