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딜레마에 봉착했다. 단통법은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고시로 명시하도록 규정해 놨다. 방통위로서는 현행 보조금 가이드라인으로 책정돼 있는 27만원을 유지 또는 인하할지 아니면 올릴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는 하나같이 상한선의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나 일부 제조사는 오히려 올리라는 요구다. 단통법으로 인해 방통위가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보조금 상한선을 두고 이렇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건 당연하다. 통신사들이 현행 상한선 유지 또는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보조금을 공시해야 하는 데다 일단 공시하면 균등하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한선이 높아지면 통신사 비용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그렇다고 상한선을 내리면 그동안 툭하면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통신사에 제재를 가해 왔던 방통위부터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다. 게다가 요금경쟁이 제한된 상황에서 그나마 보조금까지 줄어들면 소비자가 들고 일어날 게 뻔하다. 보조금이 단말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상한선을 올리라는 제조사의 요구도 외면하기 어렵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사실 정부가 그동안 27만원이라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고수해 왔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27만원은 2009년 통신3사 회계자료를 토대로 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이익(단말기 평균교체기간 20개월 기준)에 1인당 제조사 장려금을 합산한 수치다. 이 공식대로면 가이드라인은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7만원을 절대적 기준처럼 삼아 왔고 위반과 제재를 반복해왔던 것이다.

보조금 논란을 없애려면 방통위가 지금이라도 단통법을 고쳐 상한선 규제를 없애면 된다. 나아가 정부가 요금인가제를 없애 요금경쟁을 시장자율에 맡기면 보조금 소동은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 모든 문제는 규제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