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세금·보험료…소비회복에 '찬물'
회사원 김모씨(34)는 지난 3월 316만원(세전)의 월급 가운데 소득세와 주민세,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료 명목으로 33만2000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만원가량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월급에서 고정적으로 떼인 돈이 10만원 정도 늘어났다. 올해 월급은 16만원 올랐으나 대부분 상쇄된 것이다.

김씨는 “월급은 오르고 있지만 연금과 보험료, 세금에다 전세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나면 돈을 쓸 여력이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미래를 위해 가족과의 외식 등을 줄여 저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가계의 비(非)소비 지출이 늘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4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세금이나 연금, 보험, 이자비용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84만원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440만4000원) 가운데 19.1%는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간 셈이다.

이 같은 비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75만9000원)보다 8만1000원(10.6%), 전년 동기 대비로는 4.8% 올랐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세법개정안으로 올해 세부담이 늘어난데다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원(稅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분기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3만명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일정하게 지출하는 세금인 경상조세는 지난 1분기 8.9%(전년 동기 대비) 오른 11만7000원을 기록했다.

건강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사회보험 지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늘어났고, 가입자 증가 등으로 연금 지출 역시 전년보다 5.1% 늘어났다.

문제는 비소비지출 증가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위축돼 있는 가계소비가 살아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준조세 성격의 고정지출만 늘어나서다. 1분기 비소비지출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1분기(42만8000원)보다 10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소득은 258만2000원에서 440만3000원으로 70.5% 늘어났다.

이처럼 비소비지출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을 앞지르면서 국민들의 씀씀이는 줄었다. 가구당 평균 지출은 2003년 1분기 171만1000원에서 올 1분기 265만4000원으로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자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올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4.5%로 지난해 1분기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비소비지출과 민간소비의 상관관계에 대해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료 등은 미래 대비를 위한 지출이라는 측면도 있어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비소비지출

세금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가계의 지출. 소득증가율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높으면 가계가 쓸 수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