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날려酒오] 뜨거운 여름 시원하게 잡아라…오비·하이트·롯데 '맥주 三國志'
맥주시장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해 온 국산 맥주시장에 롯데주류(법인명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들어 ‘맥주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 수입맥주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하우스맥주도 본격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산 맥주시장은 롯데주류의 마케팅 공세와 오비맥주·하이트진로의 수성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장 1위인 오비맥주는 기존 카스 브랜드의 굳건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에일맥주 ‘에일스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기세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에일스톤은 출시 50일 만에 100만병 판매를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초도 생산물량이 적어 일부 지역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13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월드컵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하고 있는 월드컵 공식맥주 버드와이저에 이어 카스 후레쉬가 새롭게 월드컵 공식맥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후레쉬의 월드컵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마케팅에 본격 돌입한 상황이다. 오비맥주는 월드컵 마케팅의 일환으로 14일부터 ‘카스와 버드와이저가 함께하는 버블사커대회’도 개최한다.

하이트진로는 장수제품인 ‘하이트’를 새롭게 바꿔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부터 맛과 알코올 도수, 상표 디자인을 전면 교체한 ‘뉴하이트’를 판매하고 있다. 뉴하이트의 제품 콘셉트는 ‘부드러운 목넘김’이다. 쓴맛을 내는 홉은 줄이고 맥주 특유의 맛을 결정하는 몰트를 개선하는 등 제조공정과 배합 비율을 바꿨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4.5도에서 4.3도로 조정했다. 이런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라는 점을 내세운 월드컵 마케팅도 시작했다. ‘뉴 하이트 국가대표팀 스페셜 패키지’를 한정 출시한 것. 이번 스페셜 패키지는 캔맥주(355mL 24캔)와 병맥주(500mL 12병) 두 가지 형태로 나왔다.

롯데주류는 계열사 유통망을 중심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롯데마트가 클라우드 출시 이후 한 달간의 맥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클라우드는 국산 맥주의 1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클라우드를 주로 ‘아일랜드(island) 매대’와 ‘엔드 캡(end cap)’ 등에 진열하고 있다. 아일랜드 매대는 고객이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동선 중간에 배치된 진열대다. 유동 고객이 많은 곳이어서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자리다. 엔드 캡은 진열대 끝부분에 있는 공간으로 역시 눈에 잘 띄는 위치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 양조학과 교수는 “각 업체들이 다양한 맛의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맥주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4조원가량인 맥주시장 규모가 20%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 시장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입맥주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4.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주류 시장은 0.3% 감소했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판매 비중은 2010년 89 대 11에서 올 1분기 73 대 27로 변했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수입맥주는 일본 ‘아사히’다. 벨기에 ‘호가든’과 네덜란드 ‘하이네켄’, 미국 ‘버드와이저’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하우스맥주의 인기가 높다. 특히 이태원은 ‘하우스맥주의 성지’로 꼽힌다. ‘라일리스 탭하우스’ ‘크래프트웍스 탭하우스’ ‘맥파이’ ‘더 스프링스 탭하우스’ ‘사계’ 등 수많은 하우스맥주 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회장은 “세금 부담과 각종 규제가 다소 풀리면서 하우스맥주의 성장 전망이 밝아졌다”며 “현재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수점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5% 정도로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