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이르면 다음주 중 일본계 사모펀드(PE) 오릭스에 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다. 매각금액은 약 6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대금을 받으면 현대그룹은 일단 올 연말까지 큰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지 4월25일자 A13면 참조

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오릭스는 조만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6% 중 대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다.

양측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현대상선(47.67%) 현대글로벌(24.36%) 현대증권(3.34%) 현 회장(13.49%) 등이 가진 지분을 넘기고, 오릭스가 SPC에 대부분을 투자하고 현대그룹도 일부(20% 가량) 참여하는 구조다.

양측은 매각의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매각금액은 88.86% 지분을 기준으로 6500억원가량으로 전해지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24.1%)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따라 최종 매각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매각은 작년 12월 현 회장이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를 기업공개(IPO)하겠다는 구상을 했으나 경영권을 아예 팔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후 매수 의사를 밝힌 롯데그룹 등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했고, 최종적으로 높은 값을 치르겠다고 한 오릭스와 손을 잡게 됐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이 완료되면 현대그룹에 유입되는 현금은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4000억원(부채 및 재투자금액 제외),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확보한 1800억원,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받은 수익권 담보대출 2000억원 등과 합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올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은 거의 다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상은/하수정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