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비상(飛上)’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부품협력사 주가엔 ‘비상(非常)’이 걸렸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시장의 강한 기대감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전망을 압도한 반면 부품사 주가엔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삼성전자가 강소기업으로 뽑은 일부 협력사도 ‘시장의 선택’을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11.3% 상승했다. 지난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입원 이후 외국인이 매수를 주도하며 상승폭은 더 가팔라졌다. 이달 3일 종가는 147만원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22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재편 이슈에 삼성株 들썩이는데…삼성전자 '환하고'  협력사 '화나고'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은 사업이나 실적보다는 지배구조 재편과 승계 시나리오 이슈로 보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지난달 삼성SDS 상장 발표와 이 회장 입원, 삼성에버랜드 상장 예고 등 재료가 이어질 때마다 삼성전자는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부품 협력사들의 사정은 정반대다. 2월 삼성전자가 강소기업으로 선정한 8개 상장사 가운데 올 들어 주가가 오른 회사는 케이씨텍(48%) 단 한 곳이다. 나머지 회사는 하락세가 확연하다.

특히 스마트폰 부품 관련사들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휴대폰용 터치 집적회로(IC)를 제조하는 멜파스의 하락폭이 25.2%로 가장 컸다. 태블릿PC용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디에이피와 휴대폰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이랜텍의 주가는 올초보다 각각 23%, 21.5% 떨어졌다. 반도체 소재와 장비 협력사들도 케이씨텍을 제외하고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테라세미콘이 10.7%, 프로텍이 1.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추가 고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출하량을 기존 전망치 대비 각각 7.3%, 13% 내린 8050만대, 1000만대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올해 갤럭시S5 출시에도 전체 출하량 부진과 원화 강세 등으로 2분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매출은 정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위축된 투자심리는 세트(완성품)업체보다 부품사들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요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트업체들의 부품 가격 인하 시도가 늘어나고 마케팅 비용 증가폭도 더 커질 것”이라며 “부품사들의 부진한 실적과 추가 주가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