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달 병장 구하기’ 논란으로 온 미국이 떠들썩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후반기 오바마 정권이 단단히 큰 실수를 낸 것 같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전쟁포로 교환 차원이 아니다. 외교안보의 국내정치화, 임기 내 치적 몰두, 인기영합적 한건주의 같은 저열한 노림수나 당파적 이해타산이 결부된 삼류 소극으로 확인되고 있다. 상징 조작이나 영웅 만들기에 유혹받는 정치의 비열한 속성이 모두 드러났다.

시작은 아프간 전쟁의 마지막 미군 포로인 버그달 병장을 구출했다는 오바마의 백악관 발표였다. ‘우리는 전장에 단 한 명도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미국 전통의 애국심과 아프간 전쟁은 내가 끝낸다는 치적 콤플렉스가 하나의 사건에 이중 노출됐다. 아이다호 시골 소도시에서 백악관으로 달려온 버그달 부모의 감격어린 표정도 함께 미 전역으로 전파를 탔다. 탈레반의 고위급 포로 5명을 풀어주는 대가였다. 그러나 버그달이 영웅이 아니라 실은 탈영병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버그달을 구하려다 탈레반의 로켓 급습으로 숨진 수색팀 소위의 진짜 영웅담에다 당시 부대원들에 대한 군당국의 비밀유지 서약까지 증언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가 전장의 무단이탈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포로교환을 강행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처음부터 이 거래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은 “의회승인 없는 포로석방은 불가”라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WSJ가 ‘버그달 재난, 외교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오바마’라며 사설로 비판한 배경이다. 버그달 케이스는 두고두고 오바마를 괴롭힐 것이다. 미국 정치는 그렇게 도식화됐고 진정성을 잃었다. 한국서는 최근 세월호 구출작전에서 활약한 진짜 영웅들조차 무자비하게 난도질을 당했다. 실로 비교되는 두 개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