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앙정치에 매몰된 지방선거 유감
선거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정당별로 승리한 지역을 따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처럼 새누리당 8, 새정치민주연합 9라는, 승리한 지역의 숫자를 기반으로 선거의 의미를 해석한다. 수성(守成) 여부가 중요한 기준점이 돼,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선전했고, 새정치연합은 충청지역을 석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에서 승리여부가 향후 지방정부 운영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 못지않게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선거결과는 민심을 집합해 보여주지, 국민 개개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유권자 개개인이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사를 모아놓고 보니 그런 분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심을 제대로 읽으려면 다른 지표들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들여다 보려면 투표율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번 투표율은 56.8%다. 4년 전 투표율 54.5%에 비해 약간 높아졌다. 그런데 사전투표제를 도입한 효과를 감안하면 투표율이 상승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낮은 투표율은 뽑고 싶은 후보자나 정당이 없어서 투표욕구가 없었던 유권자가 상당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투표율을 감안하면 경합지역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약 30% 지지만으로 당선이 가능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당선자는 반대의사나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는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정당별 득표율이다.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이 새정치연합보다 월등히 높지만,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새누리당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당층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그동안 여론조사 추이를 봐도 그렇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의 지지가 낮아졌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도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두 정당 모두에 대해 불만을 가진 국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누리당의 ‘도와주세요’,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세요’라는 국회의원들의 1인 시위를 보면서 유권자들은 대통령 뒤로 숨은 새누리당에 실망했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거’라는 대안이 공허한 새정치연합의 호소에 국민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를 향상시키는 지방선거가 아니라 또 한 번 중앙정치에 종속된 선거였다. 이번 선거뿐만 아니지만 공약은 사라지고 정당의 감성적 호소만이 난무한 선거가 돼 버렸다. 그 결과 국민들이 희망을 기대하고 선택한 선거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두 정당이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선거결과가 한 정당의 압승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에는 위기감을, 그리고 새정치연합에는 분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선거결과가 당내 분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은 만큼 정당들은 내부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7월 전당대회에서 쇄신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말로만 새 정치가 아닌 구체적 대안야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할 것이다. 오는 7월 말 12개 이상으로 예상되는 재·보궐 선거는 정치를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그동안 정당들이 진지한 반성과 변화의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의 표심은 확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현우 < 서강대 교수·정치학 quick0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