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50일이 지났지만 골프장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 북부 지역 골프장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골프장은 현재 ‘그로기 상태’”라고 진단을 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골프장 대표는 “일본이 원전 사태 이후 회복에 3개월 걸렸다는데 골프장은 그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을 찾는 손님은 평소보다 15~20% 줄어든 상황이다.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하다 보니 매출은 더욱 줄어들었다. 평소 회원제 골프장은 주중은 17만~19만원의 그린피를 받았으나 현재 할인해서 12만~15만원을 받고 있다.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CC는 지난 5월 한 달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감소했다.

골프장 수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단체 행사팀은 아직도 전무한 상태다. 경영대학원이나 기업 등의 대규모 단체 행사는 문의조차 없다. 인천의 한 골프장 대표는 “골프장을 통째로 빌리는 행사팀이 오면 평소보다 매출이 1인당 20~30% 더 나오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지금까지 행사팀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프로 골프 대회를 치른 한 골프장은 프로암이 취소돼 억대의 매출이 날아갔다.

단체팀(3팀 이상을 단체로 봄)도 줄었다. 경기 지역의 한 27홀 골프장은 지난해 10월 확정된 연부킹 단체팀이 250개였으나 최근 50개팀이 예약을 취소했다. 동호회 단체팀 수도 평소 5팀에서 3팀 정도로 줄었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회원들이나 부부, 가족끼리 골프 치는 비율이 과거 평균 27%였으나 최근 들어 50~60%로 급증했다. 접대 골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골프를 같이 칠 사람이 없어지자 회원들끼리 서로 팀을 짜 오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70대 회원들이 40~50대 회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며 “서로 모르고 지내다 목욕탕에서 우연히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음에 라운딩 약속을 잡고 함께 온다”고 설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