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행정명령을 동원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핵심 아젠다인 기후변화 대응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다.

미 환경청은 2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1970년 제정된 대기오염방지법에 근거해 각 주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규제하는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권을 발동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등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권한으로 강제시행을 명령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기후변화 대응 관련 법 제정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2009년 취임 직후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탄소배출량을 2020년까지 17%, 2050년까지 83%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2010년 입법 과정에서 탄광·발전·자동차 업계 로비와 의회 반대에 부딪혀 좌초된 게 대표적이다.

이번 규제도 의회에서 법률로 제정해 시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산업계와 공화당이 반발하는 데다 석탄발전소 비중이 높은 미시간·인디애나·켄터키·오하이오·위스콘신주 등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어서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일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중유 및 천연가스 발전소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지만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어서 미국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미 탄소배출량의 3분의 1이 석탄발전소에서 나온다. 비즈니스위크지는 “오바마의 탄소배출 규제가 전력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정부는 각주에 탄소배출 감축량을 별도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주정부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상당수 주 정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법적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환경청은 “규제안 시행으로 930억달러가량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이번 규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방해할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인상시키는 새로운 ‘에너지 세금’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