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삼성에버랜드 상장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가 술렁였다. 그간 증권가에선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성SDS의 기업공개(IPO) 추진이 발표됐을 당시에도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론은 '희박하다'였다.
이때 증권가에선 삼성에버랜드 상장시 경영권이 외부로부터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공시의무 위반 시 제재 강화와 배당 확대 압력, 경영 상세 정보 노출 등도 상장 이후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삼성생명 상장 발표 이후에도 삼성에버랜드 상장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단호하게 부인해왔다.
한국장학재단이 보유중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4.25%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던 2012년 당시 삼성그룹 홍보를 총괄하던 이인용 사장은 기자들에게 "상장 계획은 상당 기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에버랜드는 이사회를 열고 상장을 추진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주관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공모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의 '깜짝 상장'에 대해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들이 검토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삼성에버랜드 상장"이었다며 "공표가 안 됐기 때문에 다들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속도있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삼성에버랜드 상장 역시 예상 시나리오에 포함돼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장 가능성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 당황스럽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는 사실 뻔하다"며 "결국 상속세 재원 마련이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