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혼 리스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얼마 전 러시아 부자 리볼로블레프가 45억938만달러(약 4조6000억원)의 이혼 위자료를 물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 재산(12조원)의 40%라고 한다. 이전까지 최고 액수는 프랑스 갑부 알렉 와일든스타인의 25억달러(약 2조5000억원)였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그 다음 17억달러(약 1조7000억원)였다.
갑부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혼 두 번 하면 노숙자 된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이혼 건수가 11만5300여건으로 1980년 초(3만여건)의 4배에 이른다. 하루 316쌍꼴이니 날마다 ‘돌싱’이 600여명이 쏟아지는 셈이다. OECD 가입 국가 중 9위다. 벨기에에서는 열 중 일곱 쌍이 헤어진다고 한다. 미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체코, 헝가리는 열에 여섯 쌍 정도다.
한국의 평균 이혼연령은 갈수록 높아져 남자 46.2세, 여자 42.4세가 대종을 이룬다. 올해 초 통계로는 남자 45~49세, 여자 40~44세가 더 늘었다. 50대 이상의 황혼이혼 역시 가파른 곡선을 보인다. 최근엔 ‘명절이혼’이나 ‘휴가이혼’ ‘입시이혼’ 등 신조어만큼이나 이혼 이유도 다양해졌다. 부부 사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법에 호소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6년간이나 ‘메모 대화’만 해온 노부부가 이혼하기도 했다.
이혼이란 게 이미 형성된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어서 파생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돈이야 많든 적든 협의해서 나누면 그런대로 정리가 된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 경우엔 사정이 복잡해진다. 자녀 문제로 의견이 맞서 이혼에 이른 경우도 있지만, 이혼 후 자녀 교육 때문에 싸우는 경우도 많다.
‘전환기 가정센터’를 창립한 주디스 월러스타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혼 부모에게 주어지는 도전을 세 가지로 꼽는다. 자녀에게 결별을 맞을 준비를 시켜주고, 자신과 아이들의 삶을 복구하며, 이혼 후 따로 살면서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공동 양육의 의미를 서로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혼가정의 자녀가 부모와 함께 체득한 공감과 협상 기술을 활용해 경쟁적인 직업에서 더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혼 후에도 자녀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부모의 공동책임일 것이다. 다만 양쪽의 싸움에 뒤얽힌 아이는 그 괴로움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각별히 배려하라고 권한다. 그렇지 않아도 혼탁한 선거판에 이혼·자녀 문제까지 얽혀드는 게 안타까워서 해보는 소리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갑부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혼 두 번 하면 노숙자 된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이혼 건수가 11만5300여건으로 1980년 초(3만여건)의 4배에 이른다. 하루 316쌍꼴이니 날마다 ‘돌싱’이 600여명이 쏟아지는 셈이다. OECD 가입 국가 중 9위다. 벨기에에서는 열 중 일곱 쌍이 헤어진다고 한다. 미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체코, 헝가리는 열에 여섯 쌍 정도다.
한국의 평균 이혼연령은 갈수록 높아져 남자 46.2세, 여자 42.4세가 대종을 이룬다. 올해 초 통계로는 남자 45~49세, 여자 40~44세가 더 늘었다. 50대 이상의 황혼이혼 역시 가파른 곡선을 보인다. 최근엔 ‘명절이혼’이나 ‘휴가이혼’ ‘입시이혼’ 등 신조어만큼이나 이혼 이유도 다양해졌다. 부부 사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법에 호소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6년간이나 ‘메모 대화’만 해온 노부부가 이혼하기도 했다.
이혼이란 게 이미 형성된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어서 파생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돈이야 많든 적든 협의해서 나누면 그런대로 정리가 된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 경우엔 사정이 복잡해진다. 자녀 문제로 의견이 맞서 이혼에 이른 경우도 있지만, 이혼 후 자녀 교육 때문에 싸우는 경우도 많다.
‘전환기 가정센터’를 창립한 주디스 월러스타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혼 부모에게 주어지는 도전을 세 가지로 꼽는다. 자녀에게 결별을 맞을 준비를 시켜주고, 자신과 아이들의 삶을 복구하며, 이혼 후 따로 살면서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공동 양육의 의미를 서로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혼가정의 자녀가 부모와 함께 체득한 공감과 협상 기술을 활용해 경쟁적인 직업에서 더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혼 후에도 자녀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부모의 공동책임일 것이다. 다만 양쪽의 싸움에 뒤얽힌 아이는 그 괴로움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각별히 배려하라고 권한다. 그렇지 않아도 혼탁한 선거판에 이혼·자녀 문제까지 얽혀드는 게 안타까워서 해보는 소리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