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서울 시내 한 마트가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달 31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서울 시내 한 마트가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지속되면서 비교적 시원한 저녁 시간에 장을 보러 나오는 ‘올빼미 쇼핑족’이 늘고 있다. 더위를 식히러 야간에 나들이를 하는 사람이 많아져 한강변 편의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야간 할인을 늘리고 편의점은 빙과류나 맥주 할인을 확대하는 등 올빼미 쇼핑족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달 29일 시간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오후 8시 이후 매출 비중이 30%를 넘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마트 매출 중 19.1%가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에 발생했고, 11.4%가 밤 10시부터 12시 사이에 일어났다. 전체 매출의 30.5%를 오후 8시 이후에 올린 것이다. 4주 전인 지난달 1일과 비교하면 오후 8시 이후 매출의 비중이 6.5%포인트 높아졌다.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피크 타임도 바뀌었다. 지난달 1일에는 오후 4~6시 매출 비중이 19.7%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에는 오후 8~10시 비중이 19.1%로 가장 높았고 오후 4~6시 비중은 16.9%로 낮아졌다.

이런 변화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연속해서 30도를 넘었다. 평년 기온과 비교했을 때 5도 이상 높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제주에서 밤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올 들어 처음으로 나타났다.

야간 쇼핑이 늘면서 치킨·순대 등 야식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달 이마트에서 텍사스윙·닭발 등 바비큐류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53.1% 늘었다. 닭강정 등 튀김강정류 매출은 5.9%, 순대·편육 매출은 2.8% 각각 증가했다.

한강변 편의점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야간이나 주말에 한강 둔치에 더위를 식히러 나온 나들이객 덕분이다. CU 한강여의도1호점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26.5% 늘었다. CU 한강잠실1호점과 여의동산점 매출도 10%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체들은 더위가 바꿔놓은 쇼핑 풍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보통 오후 10시 이후 하던 ‘타임 세일’을 점포별로 한두 시간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CU는 6월 한 달간 ‘CU 우유팥빙수’와 ‘CU 흰우유’를 함께 구입하면 500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연다. 미니스톱은 맥주 할인 행사에 나섰다. 6월 한 달간 밀러, KGB 등 행사 대상 수입 맥주 19종 중 동일제품 2개를 함께 구매하면 최대 30% 값을 할인해주는 행사다.

백화점들은 ‘쿨비즈’ 의류 할인 행사를 지난해보다 앞당겨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보다 2주 이른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쿨 서머 셔츠전’을 열고 리넨 쿨맥스 등 기능성 소재 셔츠를 정상가보다 60~80% 할인 판매했다.

더울 때 매장에 오면 사은품을 주는 ‘역발상 마케팅’을 하는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27도를 넘는 날 1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아이스박스·선크림 등을 사은품으로 줬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