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이 개장 초 달러당 1018원까지 내려갔으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020원 선을 간신히 지켰다. 3월 하순 이래 5.7%나 하락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도 그렇지만 수출시장에서 직접 경합관계인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해 외환당국의 방어의지가 더 뚜렷해 보인다. 당분간 100엔당 1000원 선을 고수하겠다는 얘기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수출 손익분기점이 원·달러 환율 1055원, 원·엔 환율 1040원이라며 아우성이다. 대기업조차 채산성 악화로 고전 중이니 외환당국도 손 놓고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내외 변수들을 감안할 때 갈수록 힘겨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미·중·일이 모두 자국 통화를 약세로 몰아가는 데 혈안이다. 미국은 테이퍼링 축소에도 불구하고 약달러 기조이고, 일본은 소비위축으로 추가 경기부양론이 나온다. 수출 급감에 놀란 중국은 위안화 절상 추세를 절하로 돌려놨다. 유럽중앙은행(ECB)까지 통화완화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화만 나홀로 강세여서 새우등 터질 판이다.

대내적으로도 경상수지가 26개월째 흑자이고, 5월 수출은 조업 일수 감소로 0.9% 줄었지만 하루 평균 수출액(22억달러)은 역대 2위다. 환율하락에도 수출이 호조세이니 환율방어의 명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해외 생산, 중간재 수입 등으로 수출의 환율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꾸역꾸역 밀려들어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부진한 실물경제와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금융시장의 모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환율도 시장가격인 만큼 인위적으로 틀어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하락속도를 늦춰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당장은 저지하더라도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 시장 개입이 지나치면 투기세력들을 더 불러 모으게 된다. 이게 언제나 우리 경제의 문제적 구조였다. 외환당국의 유연한 대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