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어주는 여자] 7편. 파리에서 만난 올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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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프랑스 파리에만 네다섯 번가량 다녀왔다. 파리 컬렉션을 보거나 럭셔리 시계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 참석한 적도 있다. 스위스의 시계 공방과 역사 깊은 파리 방돔 광장의 매장에 잠깐 들른 것까지 합치면 대여섯 번은 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정말 잊을 수 없는 건 역시 파리 컬렉션 이었다. 당시 나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겪었다.
그들의 패션 코드를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뭐래도 ‘블랙’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면, 실크, 가죽, 누벅, 새틴 등 여러 소재로 만든 블랙 의상으로 멋을 낸 사람들뿐이었다. 현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물어보니 거기서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잣대가 바로 블랙 의상이라고 한다.
그 유학생과 내가 같은 동양인인데도 식당에서 종업원이 그녀에게만 불어로 말을 건네고 나에겐 영어로 질문을 한 것도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외모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시내뿐만 아니라 파리 컬렉션의 어느 브랜드 패션쇼장을 가도 블랙 의상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블랙을 ‘시크’하다고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의 패션 코드를 한마디로 ‘프렌치 시크’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프랑스의 패션 코드 중에는 ‘프렌치 로맨틱’도 있다. 그렇지만 파리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샹젤리제 거리의 테라스가 있는 분위기 있는 낡은 커피숍에서 블랙 민소매와 롱드레스에 워커를 신고, 블랙 가죽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큼지막한 블랙 가죽 가방을 옆 의자에 아무렇게나 두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모델 같은 몸매의 여성이다. 커다란 블랙 선글라스는 필수이고. 9등신의 타고난 외모에 멋진 패션감각까지 갖췄으니, 그녀들이야말로 패션의 도시를 완성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사실 파리 컬렉션을 앞두고 출발하기 전부터 나는 ‘올 블랙’이라는 포인트에 주목했다. 태어나서 파리에 처음 가는데다 더욱이 파리 컬렉션 때문이었으니 긴장이 안 될 리가 있겠는가. 평소 멋지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지 않았으니 어떤 옷을 가져가야 적어도 욕은 먹지 않을지, 또 그에 어울리는 구두와 가방은 뭔지, 오래 걸어야 하니 편한 신발로 골라야 하는데 등등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미 파리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무조건 블랙 의상을 챙기면 된다”는 말에 집에 있는 블랙 의상은 죄다 끌어모았다.
다행히 원래 블랙을 좋아하던 터라 챙길 옷이 많긴 했는데 주로 정장에 가까운 옷들뿐이었다. 그래서 명동 눈스퀘어 5층 레벨 5에 가서 쇼핑을 시작했다. 5층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만을 모아서 판매하는 층이다. 독특한 디자인에 합리적 가격, 제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 점이 좋아서 쇼핑을 제대로 해야겠다 싶을 땐 평소에도 찾곤 했다. 실패 확률이 적은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곳에서 파리지엔느 느낌이 나는 블랙 니트와 조끼(파리의 날씨는 순간순간 급변하기 때문에 겉에 걸쳐 입을 여분의
옷이 꼭 필요하다), 워커에 어울리는 롱치마 등 몇 개를 구입했다. 파리에 가서 그 옷들을 얼마나 요긴하게 입었는지 모른다. 입었을 때 편하면서도 멋 내지 않은 듯 그들 무리에 자연스레 섞일 수 있을 정도의 패션 감각이었다.
멋있기만 하면 되지 왜 편해야 하느냐고? 파리 컬렉션 기간은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빌 때이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쇼장을 오간다는 건 다음 쇼를 보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컨셉에 따라 각기 다른 장소를 패션쇼장으로 쓰는데, 이들 장소는 가깝게는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거리도 있고 멀게는 대여섯 정거장쯤 떨어져 있기도 하다. 쇼가 끝나면 그 붐비는 사람들을 잽싸게 헤치고 나와 지하철을 타고 다음 쇼 장소로 이동하지 않으면 다른 쇼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편하면서도 멋스러운 옷이 필요하다.
나는 가방에 플랫슈즈 한 켤레를 넣고 다니기도 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편한 신발을 신었다가 다음 쇼장 앞에 갔을 때 높은 굽의 구두로 갈아 신었다. 덕분에 7~9일에 달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지, 만약 그 일정 내내 킬힐을 신고 지하철을 타면서 이동했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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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패션 코드를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뭐래도 ‘블랙’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면, 실크, 가죽, 누벅, 새틴 등 여러 소재로 만든 블랙 의상으로 멋을 낸 사람들뿐이었다. 현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물어보니 거기서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잣대가 바로 블랙 의상이라고 한다.
그 유학생과 내가 같은 동양인인데도 식당에서 종업원이 그녀에게만 불어로 말을 건네고 나에겐 영어로 질문을 한 것도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외모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시내뿐만 아니라 파리 컬렉션의 어느 브랜드 패션쇼장을 가도 블랙 의상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블랙을 ‘시크’하다고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의 패션 코드를 한마디로 ‘프렌치 시크’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프랑스의 패션 코드 중에는 ‘프렌치 로맨틱’도 있다. 그렇지만 파리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샹젤리제 거리의 테라스가 있는 분위기 있는 낡은 커피숍에서 블랙 민소매와 롱드레스에 워커를 신고, 블랙 가죽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큼지막한 블랙 가죽 가방을 옆 의자에 아무렇게나 두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모델 같은 몸매의 여성이다. 커다란 블랙 선글라스는 필수이고. 9등신의 타고난 외모에 멋진 패션감각까지 갖췄으니, 그녀들이야말로 패션의 도시를 완성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사실 파리 컬렉션을 앞두고 출발하기 전부터 나는 ‘올 블랙’이라는 포인트에 주목했다. 태어나서 파리에 처음 가는데다 더욱이 파리 컬렉션 때문이었으니 긴장이 안 될 리가 있겠는가. 평소 멋지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지 않았으니 어떤 옷을 가져가야 적어도 욕은 먹지 않을지, 또 그에 어울리는 구두와 가방은 뭔지, 오래 걸어야 하니 편한 신발로 골라야 하는데 등등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미 파리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무조건 블랙 의상을 챙기면 된다”는 말에 집에 있는 블랙 의상은 죄다 끌어모았다.
다행히 원래 블랙을 좋아하던 터라 챙길 옷이 많긴 했는데 주로 정장에 가까운 옷들뿐이었다. 그래서 명동 눈스퀘어 5층 레벨 5에 가서 쇼핑을 시작했다. 5층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만을 모아서 판매하는 층이다. 독특한 디자인에 합리적 가격, 제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 점이 좋아서 쇼핑을 제대로 해야겠다 싶을 땐 평소에도 찾곤 했다. 실패 확률이 적은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곳에서 파리지엔느 느낌이 나는 블랙 니트와 조끼(파리의 날씨는 순간순간 급변하기 때문에 겉에 걸쳐 입을 여분의
옷이 꼭 필요하다), 워커에 어울리는 롱치마 등 몇 개를 구입했다. 파리에 가서 그 옷들을 얼마나 요긴하게 입었는지 모른다. 입었을 때 편하면서도 멋 내지 않은 듯 그들 무리에 자연스레 섞일 수 있을 정도의 패션 감각이었다.
멋있기만 하면 되지 왜 편해야 하느냐고? 파리 컬렉션 기간은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빌 때이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쇼장을 오간다는 건 다음 쇼를 보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컨셉에 따라 각기 다른 장소를 패션쇼장으로 쓰는데, 이들 장소는 가깝게는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거리도 있고 멀게는 대여섯 정거장쯤 떨어져 있기도 하다. 쇼가 끝나면 그 붐비는 사람들을 잽싸게 헤치고 나와 지하철을 타고 다음 쇼 장소로 이동하지 않으면 다른 쇼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편하면서도 멋스러운 옷이 필요하다.
나는 가방에 플랫슈즈 한 켤레를 넣고 다니기도 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편한 신발을 신었다가 다음 쇼장 앞에 갔을 때 높은 굽의 구두로 갈아 신었다. 덕분에 7~9일에 달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지, 만약 그 일정 내내 킬힐을 신고 지하철을 타면서 이동했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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