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스펙초월 채용’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혼란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강제하기보다는 스펙을 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과도한 스펙이 사회적인 낭비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나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스펙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이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과 학생들에게 창업 등 모험을 허락하지 않는 문화가 근본적 원인”이라며 “이를 고치지 않고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논의는 대학 서열화가 나쁘다고 해서 입시 준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전 직업능력개발원장)는 “미국처럼 실무 능력을 검증해 뽑는 채용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재 스펙초월이란 개념이 이색 경험이나 외부 활동 경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르는 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대안도 없이 강제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스펙을 볼 필요가 없는 인사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선 전문가들은 외부 활동보다는 대학 생활의 기본에 충실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희석 서강대 취업센터장은 “전공이나 학과과정에 충실하기보다는 바깥으로 떠돌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스펙이 늘어났다”며 “기본을 지켜야 얻을 수 있는 스펙은 살리되, 학교 생활과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외부 활동 비중은 축소하는 방향이 옳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