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인하나 부실시공 척결과 같은 소비자 편익과는 관계없는 건설업계 내부의 ‘밥그릇 싸움’일 뿐입니다.” 최근 만난 한 건설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공공택지 매각 방식의 변경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올 들어 지방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공택지 분양 방식을 두고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나 지방 혁신도시 등의 공공택지는 교통과 편의시설 등 주거여건이 좋아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앞다퉈 공공택지 매입에 나서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주택건설 실적이 없어도 주택사업 등록업체는 누구나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 데 있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는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많게는 30여개 자회사와 협력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가한다. 계열사 편입 문제 등으로 자회사 추가 설립이 어려운 대형 건설사는 당첨 확률이 떨어지는 만큼 불만이 적지 않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독식으로 신도시 주민들은 힐스테이트·래미안·e편한세상 등 ‘브랜드 아파트’ 거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사 브랜드 아파트 품질이 중견 건설사 아파트보다 우수하다는 게 증명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들의 ‘묻지마식 땅 잡기’ 행태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회사나 협력사가 당첨되면 땅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명의 변경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 난립도 건설 시장을 어지럽히는 부분이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최고가 매각’이 아닌 ‘추첨제’로 매각하고 있는 원래 취지를 건설업계가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에 따른 땅값(원가) 상승과 이에 따른 분양가 인상 및 주택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지 건설사의 손쉬운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땅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건설업계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