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결혼 후 대가족의 큰 며느리로 18년 동안 가정주부로 살았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딸을 매일 등·하교시키면서 학교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하루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근처에 붙어 있던 현대해상의 설계사 구인광고를 보게 됐다. 마침 자동차보험 기간을 연장해야 할 때가 된 데다 가정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근처 영업소를 찾았다.“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인연인 거죠. 대개 설계사들은 지인의 소개를 받아서 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 반대로 제가 알아서 찾아가서 시작하게 된 셈이니까요.”
설계사 생활을 첫 과제는 ‘개척’이었다. 개척은 설계사들의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지인 영업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가입을 유도하는 활동을 말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현대해상 설계사 명함을 들고 현대해상 계열사를 찾아가면 손 쉽게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전략을 바꿔 소규모 사업장을 매일 시간을 정해 두고 찾아갔다. 눈도장을 찍으면서 신뢰를 쌓았다. 처음에 경계하던 직원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운전을 담당하는 직원에게는 운전자보험을, 운전을 하지 않은 젊은 여직원들에게는 상해보험을 권유했다. 실생활에서 효용성이 높은 상품을 개인별로 따로 소개해주니 계약을 맺으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영업의 핵심은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 그리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런 꾸준함과 기본에 충실한 영업은 10년 넘게 꾸준한 실적을 거두는 힘이 됐다.
“개인적인 모임이 많지만 거기 가서 계약을 부탁하지 않습니다. 보험에 대한 식견과 능력을 전달하다 보면 어느새 상담을 해 옵니다. 그러려면 미리 끊임없는 공부로 전문지식을 쌓아 놓은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평생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계약을 맺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오래 유지하면서 고객이 정말 보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인 거지요.”
그는 “1000여명이 넘는 소중한 고객들이 지난 17년 영업 생활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