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회복탄력성과 뒤센의 미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하와이 군도 북쪽 끝에 있는 카우아이 섬. 지금은 신혼여행지로 유명하지만 1950년대만 해도 황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주민 대부분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아이들은 비행 청소년으로 얼룩졌다.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1954년에 이뤄진 종단연구(오랜 기간에 걸친 변화 추적)였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신생아 833명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그룹의 30%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보다 더 잘 성장한 것이다. 40년에 걸친 이 연구를 통해 그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을 발견했다.
외상후 장애를 외상후 성장으로
회복탄력성은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을 말한다. 그는 회복탄력성의 핵심 요인이 인간관계라는 것도 알아냈다. 역경 속에서 성공한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
시련이 클수록 회복탄력성은 커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분노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대형 재난은 집단 트라우마로 이어진다. ‘사회적 외상 후 울분장애(독일 통일 후 동독인들이 겪은 울분과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를 놔두면 분노가 증오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역경을 ‘외상 후 성장(PTG)’으로 활용하면서 더 나은 삶을 개척한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상묵 서울대 교수, 연 매출 50억원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다 외환위기와 광우병 파동으로 100억원대의 빚을 졌던 류춘민 씨….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회복탄력성 덕분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캐런 레이비치와 앤드루 샤테 교수는 《절대 회복력》에서 “회복탄력성은 내면의 심리적 근육을 단련시켜주는 도구이며 국가적 재난을 겪은 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게 해 주는 지렛대”라고 말한다. 또 “누구든지 노력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마음·웃음근육 키워야 진짜 회복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훈련 중에 ‘뒤센의 미소’가 있다. 웃음 근육을 발견한 프랑스 심리학자 뒤센의 이름을 딴 것인데 입과 눈까지 다 움직이는 진짜 미소를 가리킨다. 입만 웃는 팬암기 승무원들의 ‘팬암 미소’와 대비된다. 사람의 뇌는 자신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감지하기 때문에 웃으면 더 즐거워진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과 남을 위해 뒤센의 미소를 자주 짓는 게 회복탄력성의 첫 단계라 할 만하다.
사실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역경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다. 외국에서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회복탄력성 훈련을 통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고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회복탄력성은 스스로 마음 근육과 웃음 근육을 움직여서 얻는 것이다. 역경 속에서 피워 올린 웃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과 같다.
오스카 와일드도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중 어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고 했다. 그러니 상처 투성이의 진흙 속에서 치유의 연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 모두 얼굴 근육부터 활발하게 움직여 보자. 슬픔과 분노의 밑바닥을 어루만지면서, 눈매와 입꼬리를 동시에 말아 올리는 뒤센의 미소를 지으면서.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1954년에 이뤄진 종단연구(오랜 기간에 걸친 변화 추적)였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신생아 833명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그룹의 30%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보다 더 잘 성장한 것이다. 40년에 걸친 이 연구를 통해 그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을 발견했다.
외상후 장애를 외상후 성장으로
회복탄력성은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을 말한다. 그는 회복탄력성의 핵심 요인이 인간관계라는 것도 알아냈다. 역경 속에서 성공한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
시련이 클수록 회복탄력성은 커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분노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대형 재난은 집단 트라우마로 이어진다. ‘사회적 외상 후 울분장애(독일 통일 후 동독인들이 겪은 울분과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를 놔두면 분노가 증오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역경을 ‘외상 후 성장(PTG)’으로 활용하면서 더 나은 삶을 개척한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상묵 서울대 교수, 연 매출 50억원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다 외환위기와 광우병 파동으로 100억원대의 빚을 졌던 류춘민 씨….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회복탄력성 덕분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캐런 레이비치와 앤드루 샤테 교수는 《절대 회복력》에서 “회복탄력성은 내면의 심리적 근육을 단련시켜주는 도구이며 국가적 재난을 겪은 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게 해 주는 지렛대”라고 말한다. 또 “누구든지 노력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마음·웃음근육 키워야 진짜 회복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훈련 중에 ‘뒤센의 미소’가 있다. 웃음 근육을 발견한 프랑스 심리학자 뒤센의 이름을 딴 것인데 입과 눈까지 다 움직이는 진짜 미소를 가리킨다. 입만 웃는 팬암기 승무원들의 ‘팬암 미소’와 대비된다. 사람의 뇌는 자신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감지하기 때문에 웃으면 더 즐거워진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과 남을 위해 뒤센의 미소를 자주 짓는 게 회복탄력성의 첫 단계라 할 만하다.
사실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역경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다. 외국에서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회복탄력성 훈련을 통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고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회복탄력성은 스스로 마음 근육과 웃음 근육을 움직여서 얻는 것이다. 역경 속에서 피워 올린 웃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과 같다.
오스카 와일드도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중 어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고 했다. 그러니 상처 투성이의 진흙 속에서 치유의 연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 모두 얼굴 근육부터 활발하게 움직여 보자. 슬픔과 분노의 밑바닥을 어루만지면서, 눈매와 입꼬리를 동시에 말아 올리는 뒤센의 미소를 지으면서.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