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TALK 김범수의 세 번째 승부수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얼굴)이 2007년 네이버를 떠나며 한 말이다. 그가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1998년 한게임, 2006년 아이위랩(현 카카오)을 창업한 데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카카오와 다음은 26일 “두 회사를 합병해 오는 10월 ‘다음카카오’로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 합병은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것이다. 두 회사가 이날 발표한 주당 가치로 따져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3조1356억원으로, 다음(9886억원)의 세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그가 100%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카카오 2대 주주) 지분을 포함해 통합 법인의 지분 39.8%(시가 1조6427억원)를 가진다. 확고한 최대주주다. 다음의 새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김 의장은 과감한 승부사다. 1998년 한게임 창업 당시 개발자금이 부족할 때 한양대 앞에 국내 최대 PC방을 열어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게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탄생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2000~2006년 NHN(현 네이버) 대표 시절엔 일본 진출을 주도해 한게임재팬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후 NHN USA 대표 등을 맡아오다 홀연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모바일 사업에 도전했다. 벤처기업 아이위랩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사업을 추진했다. 그중 하나가 2010년 3월 나온 카카오톡이다.

게임회사 창업, 모바일 메신저 개척에 이어 포털업체 다음 인수를 통해 그가 새롭게 시작할 또 다른 항해에 국내외 정보기술(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정락/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