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직원들이 전남 순천 냉연공장에서 생산한 코일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직원들이 전남 순천 냉연공장에서 생산한 코일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지난 23일 찾은 전남 순천의 현대제철 냉연공장엔 대형 용융아연도금설비(CGL)를 통과한 넓은 코일판이 깨끗하게 돌돌 말린 형태로 쌓여 있었다. 처음 들어올 땐 2.5~4.5㎜ 두께의 거무스름한 코일이었으나 2700t의 힘을 가해 눌러 편 뒤 녹을 씻어내고 열처리 및 아연도금한 제품이다. 열을 가해 누르는 열연(열간압연)과 달리 상온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냉연(냉간압연)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이를 통해 코일 두께는 0.23㎜까지 얇아지고 자동차 외장재로 쓰일 만큼 깔끔한 철판으로 거듭난다.

이 공장은 지난해 말까지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철강 계열사였던 현대하이스코 소유였지만, 이후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떼내 합병했다. 이에 따라 1999년 현대차그룹의 첫 냉연공장이었던 순천공장은 물론 충남 당진의 1, 2공장도 모두 ‘현대제철’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지난해 3고로 가동을 시작하며 덩치를 키운 현대제철은 냉연사업 인수로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쇳물 생산부터 자동차강판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했기 때문이다.

당장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됐다. 종전엔 열연제품 매출이 51%에 달했지만 올해부터는 냉연 32%, 열연 19%, 형강 17% 등으로 사업 구조가 보다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재무실적도 개선됐다. 지난 1분기 현대제철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41.6% 늘어난 3조6926억원, 영업이익은 91.7% 증가한 2332억원이다.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영업이익률도 4.4%에서 5.9%로 뛰었다. 철강업이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다.

합병 후 5개월이 지나면서 공장 현장에서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 순천공장에서 첫손에 꼽는 합병 효과는 ‘코일 무게(단중) 증가’다.

오광석 현대제철 냉연지원실장(상무)은 “종전에는 범용성이 높은 25t짜리 제품을 많이 생산했는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효율성이 높은 30~35t짜리를 전보다 많이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큰 코일을 만들면 작업의 안정성·효율성이 높아지고 버려지는 부분이 줄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고 말했다.

두 회사로 있을 때는 각기 다른 조직을 운영하고 자재도 각각 구매했으나 이를 통합해 나오는 원가절감 효과도 작지 않다. 하이스코가 15년 이상 축적한 냉연제품 생산 노하우를 현대제철 각 부문이 공유하는 데서 나오는 무형의 시너지도 상당하다.

강학서 현대제철 부사장은 “1분기에만 합병 시너지가 315억원”이라며 연간 1250억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순천공장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외판재로 쓰이는 표면처리 강판을 생산하는 기지로, 당진공장은 가볍고 튼튼한 고장력 강판을 생산하는 기지로 특화할 계획이다.

순천=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