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볼리비아에서는 자고 나면 쿠데타가 일어났다. 스페인에서 독립한 1825년 이후 1981년 민정 때까지 193차례나 터졌으니 일상 다반사였다. 156년간 평균 10개월에 한 번꼴로 정부가 바뀌었다. 아메리카 최대 잉카 제국의 일부였던 볼리비아는 그렇게 남미 최악의 빈곤국이 됐다.

쿠데타는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1799년 나폴레옹이 의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나폴레옹 3세도 1851년 쿠데타로 의회를 해산하고 황제가 됐으니 프랑스어가 국제어로 굳어질 만했다.

쿠데타는 동일 체제 내에서 지배자 교체를 목적으로 한다. 피지배층에 의한 혁명과 달리 민중의 지지와는 무관하다. 예나 지금이나 은밀하게 계획하고 기습적으로 감행하는 게 특징이다.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할 때도 자주 활용한다. 1922년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 1933년 히틀러의 나치 정권 장악, 1967년 그리스의 군부쿠데타 등이 유명하다. 중남미에선 1945~1960년에 쿠데타로 교체된 대통령이 30명이 넘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쿠데타 단골 국가다. 1932년 입헌군주제로 바뀐 뒤 82년간 19번이나 일어났다. 그러나 대부분 피를 부르지는 않았다. 불교국가여서 살생을 꺼리는 데다 국왕도 국민에게 총을 들이대는 걸 말린다. 유혈진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싱겁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래서 쿠데타가 자주 일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군 통수권자인 국왕의 묵인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06년에도 그랬고 이번 역시 암묵적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12번째로 성공한 쿠데타가 된다. 외신들은 “태국에선 여덟 살짜리 아이가 벌써 두 번의 군 쿠데타를 목격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경제ㆍ군사 제재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1000만달러(약 102억원) 규모의 원조를 끊겠다며 으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컨소시엄이 수주하려던 태국 종합물관리사업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군부가 개인의 인터넷과 SNS까지 검열한다는 사실이다. 대사관이 교민들에게 쿠데타 관련 언급을 삼갈 것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부도 태국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여서 외국 여행객은 건드리지 않는다지만, 군과 시위대가 충돌할 경우에는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싸움판 주변에선 늘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