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이 미국 부유층 고객의 탈세를 도운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당국에 26억 달러(약 2조6600억여원)의 벌금을 내기로 협상했다는 결과에 현지 은행들은 안도감을 피력했다고 스위스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벨린 비드머-슐룸프 스위스 재무장관은 크레디트스위스가 미국 사법당국과 협상을 종결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다른 스위스 은행들도 조속히 분쟁을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애초 지난 2009년 미국 사법당국에 7억8000만 달러(약 8010억여원)의 과징금만 내고 미국인 탈세 조장 혐의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 1위 은행 UBS와 달리 이번에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영업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왔다.
실제 지난 1741년 설립돼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베겔린은 지난해 1월 미국인의 탈세를 방조했다는 혐의에 유죄를 인정, 7400만 달러(약 784억여원)의 벌금을 내고 은행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미국 법무부와 협상을 벌여 자국 은행들이 형사 소추되는 것을 막으려고 은행의 미국인 고객 정보를 미국 당국에 제출하도록 한 바 있다.
스위스 은행들은 그러나 이번에 크레디트스위스가 비록 UBS보다 3배 이상의 과징금을 내고 유죄도 인정했지만, 미국에서 여전히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협상 결과가 앞으로 자신들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현재 미국 사법당국의 집중 조사를 받는 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를 포함해 지난 1월 미국인 고객의 탈세를 도왔다고 자진 신고한 14개 은행으로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과 취리히 칸톤(주) 은행, 바젤 칸톤은행 등이다.
취리히 칸톤 은행 관계자는 "크레디트스위스의 협상 결과가 다른 은행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개별 은행에 대해 별도의 협상이 있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