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땐 법인세 일시 감면…사외이사 선임 의무 완화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2010년 한 해 96개에 달했던 상장기업 수는 작년 40개로 감소했다. 올 들어 5월까지는 6개사에 불과하다. 신규 상장 기업 수만 줄어든 게 아니다. 공모규모 1조원 이상의 우량종목은 2010년 5월 데뷔한 삼성생명(4조8881억원)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젊은 피’를 수혈받지 못한 자본시장은 활력을 잃고 있다. 4~5년 전만해도 하루 평균 8조원을 웃돌던 증시의 하루평균 거래금액은 올 들어 5조원대로 떨어졌다. 증시가 침체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실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기업공개(IPO)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범정부차원에서 상장 활성화 방안을 협의하는 것은 본질적인 대응책을 만들기 위한 의지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들이 받는 실질적인 상장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선적으로 상장 기업 오너에 대한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가 의제에 올라있다. 일반적으로 상장 기업은 주가에 성장성이 반영된다. 미래가치가 주가에 녹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상장 기업은 순손익가치 및 순자산가치로만 기업가치를 따진다. 성장성이 배제되는 만큼 상장 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고, 상속·증여세 역시 그만큼 적다. 정부가 IPO 활성화를 위해 상장 기업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신규 상장사에 대한 한시적 법인세 인하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국제조세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신규 상장사의 법인세를 30% 감면해주면 매년 18개 기업이 추가로 증시에 입성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법인세 감면액은 252억원이지만, 증권거래세로 270억원이 새로 걷힌다. 법인세 감면분보다 더 많은 증권거래세가 걷히는 만큼 세수 부족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의무 선임 관련 법령도 검토 대상에 올라있다. 현행 상법은 모든 상장 기업에 대해 전체 이사의 4분의 1 이상(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은 과반수)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 벤처기업만 면제받는다.
정부는 사외이사 의무선임 면제 기준 및 과반수 선임 기준을 높이거나 신규 상장사에 한해 사외이사 도입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장사가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지분율이 아무리 높아도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3% 룰’을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오상헌/임도원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