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변강쇠 점…' 연출 고선웅 씨, "변강쇠 외설 이미지 확 벗기겠다"
“‘변강쇠전’은 남녀의 정력을 자랑하는 외설로만 알려져 있지만, 원전을 잘 살펴보면 휴머니티가 담긴 격조 있는 작품입니다.”

연출가 고선웅 씨(46·사진)는 19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연극 ‘푸르른 날에’를 만든 스타 연출가인 고씨는 다음달 11일부터 7월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이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창극단과는 첫 협업 무대다. 원작은 만나는 남편마다 해를 못 넘기고 죽는 운명의 옹녀가 운명처럼 변강쇠를 만나 함께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기존 ‘변강쇠전’이 가진 음란성의 편견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고씨는 “남녀의 성기를 묘사하는 ‘기물가(己物歌)’ 장면 때문에 음탕하다는 편견이 생겼지만 사실 작품 전체적으론 남녀의 성적 행위 묘사는 거의 없고 주인공 옹녀는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제목은 변강쇠보단 옹녀 캐릭터에 의미를 둔다는 뜻이자, 외설적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작을 유쾌하게 비틀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고씨는 이번에도 그만의 방식으로 ‘변강쇠전’을 비튼다. 그는 “원작에선 소극적인 캐릭터였던 옹녀를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꿨다”며 “변강쇠가 죽은 후 장승들에게 복수하고 아이를 낳는데, 사랑이 생명으로 승화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은 이번 공연에서 창극단 역사상 처음으로 18세 이상의 관객만 볼 수 있도록 했고, 창극 공연으론 매우 이례적으로 23회 공연을 한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야한 얘기도 해학적으로 풀면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공연부터 단계적으로 관람 연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창극단 공연에 연극과 뮤지컬 관객들이 폭넓게 오면서 창극단도 뮤지컬처럼 장기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번에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려봤다”고 덧붙였다. 2만~5만원. (02)2280-4114~6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