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부처의 생애를 그린 36편의 시로 구성돼 있다. 그는 지난해 인도를 찾아 부처가 법을 구하러 걸었던 길을 더듬어 시에 담았다. 그가 본 부처의 삶은 ‘길’에 있다. 서른 무렵 출가의 길에 나선 부처는 길에서 제자를 만나고, 길을 가다 멈춰 도를 깨우치고, 길에서 생을 마친다.
‘마부 차익아/생로병사 그 비밀을 모른 채 살아간다면/살아도 산 것이라 할 수가 없고/죽어도 살아보았던 것이라 할 수 없겠다/나 이제 궁중으로 가지 않으련다/세상의 모든 길을 내 집으로 삼겠다고 전하여라’(‘집과 길’ 부분)
수행자로 살던 시절 인간적 면모(‘수자타한테서 공양을 받다’), 자신을 낳고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마야부인을 향한 담담한 그리움도 인상적이다.
‘그저 같이 있다는 것, 얼굴 마주보고/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어깨 주무르고 머리 쓰다듬고/업어보고 업혀보고……/어머니 젖 이레만 빨아본 불쌍한 나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 만들어낸 거지요’(‘도리천에서의 3개월’ 부분)
2부에선 ‘삼국유사’ 설화에 나오는 향가 14수와 ‘화랑세기’에 나온 향가 1편을 시인의 눈으로 재해석했다. 재물에 눈이 먼 중생에게 인생의 참뜻과 바른 길을 제시한 ‘우적가(遇賊歌)’는 옛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풍자한다. ‘우적우적 씹어 삼킨 재물이/지옥으로 떨어지는 근본임을 모른 채/내 배 채우기 위하여 남의 등을 치는’.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