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부른 조덕배…가요계 복고 열풍
지난 16일 발표된 아이유(사진)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의 타이틀곡 ‘나의 옛날 이야기’는 공개되자마자 모든 음원 사이트 실시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1986년 조덕배가 부른 곡을 아이유의 목소리로 새로 만든 이 곡은 지금도 여전히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꽃’(김광석),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김완선), ‘너의 의미’(산울림) 등 이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도 차트 상위권이다.

최근 가요계에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리메이크 앨범이나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잊혀졌던 1970~1980년대 가요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1990년대 활동했던 ‘원조 아이돌’도 잇따라 복귀하고 있다.

아이유에 앞서 리메이크 열풍을 주도했던 것은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다. ‘전설을 노래하다’란 부제를 가진 이 프로그램은 가요계 ‘전설’의 노래를 지금의 가수들이 재해석해 부르는 방식이다. 이미자 김광석 신승훈 남진 이선희 유재하 들국화 이승철 이문세 이선희 등 수많은 가수의 곡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방송이 끝나면 원곡과 리메이크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BC는 ‘불후의 명곡’과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 ‘예스터데이’를 만들었고 tvN은 방송인 주병진과 가수 김완선, 변진섭, 정원관 등이 1980~1990년대 문화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근대가요사 방자전’을 선보였다.

지난해 조용필, 들국화, 신승훈 등이 복귀해 좋은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이선희, 이승환, 이소라 등 중견 가수들이 잇따라 새 앨범으로 찾아왔다. 해체했거나 그동안 활동이 없었던 2000년대 초반 ‘원조 아이돌’의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그룹 지오디(god)가 최근 신곡 ‘미운오리새끼’를 발표했고 오는 7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이후 음반을 내지 않았던 플라이투더스카이도 20일 밤 12시 정규 9집 앨범을 공개했다.

이 같은 ‘복고’ 바람은 지난 7~8년 동안 가요계에 불었던 아이돌 중심의 ‘보는 음악’에 싫증을 낸 소비자들이 새로운 음악을 찾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음악평론가 강태규 씨는 “음악의 가치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움직이는 데 있다”며 “가요계 복고 열풍은 그동안 편향됐던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