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말 완공 예정인 부산국제금융센터 모습.
오는 6월 말 완공 예정인 부산국제금융센터 모습.
부산의 월가로 불리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오는 6월26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건물이 완공되면 입주업체들은 7월부터 사무실 내장공사를 시작해 연내 입주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올해를 부산 금융중심지 원년으로 꼽는다. 지역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문현금융단지를 해양파생특화 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데 힘을 실어주면 지방의 금융허브시대를 여는 새로운 기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부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빌딩.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본 63층 꼭대기층에는 현장 직원들이 인터넷과 전산장비 연결용 회선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원통형으로 사방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곳의 높이는 289m. 국내 업무용 시설 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로 층수가 같은 여의도 63층 빌딩보다 40m 높다. 부산롯데호텔과 최근 개장한 시민공원과 부산항부두, 용두산공원 등 부산 전역이 내려다 보였다. 공사를 맡고 있는 김도영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현재 95% 이상 공사를 마치고 마지막 전선 체크와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다”며 “국내 최고의 비즈니스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이곳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대한주택보증, 한국남부발전, 한국청소년상담원 등 공공기관 6곳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근무하는 직원 수만 2200여명에 이른다. 올해 9월에는 부산의 금융인프라 확산을 주도할 국제금융연수원도 들어선다. 금융·조선·해운 관계자 등 연간 7000명 이상의 특화교육을 준비하고 있어 선박 파생금융 중심지로서 부산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곳에는 한국거래소도 13개층을 사용하면서 연내 자리를 잡는다. 농협 부산본부, 신용보증기금 등도 문현금융단지에 들어선다. 선박금융을 담당하는 해양금융종합센터도 오는 9월 이곳에서 출범한다. 선박 관련 보증업무를 맡는 해운보증기구도 연내 설립된다. 해양금융종합센터는 현지 본부장이 인사와 예산 편성권뿐만 아니라 3억달러 미만 여신의 전결권을 갖는 등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부산국제금융센터 입주기업 외에 벌써 금융회사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독자건물을 마련해 이전했다. 부산은행은 부산국제금융센터와 같은 6월에 공사를 완공, 11월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집결하면서 연말이면 근무인력만도 5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머무르는 금융인력이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가 아파트 품귀에 부동산도 활기

이 같은 변모는 인근 부동산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주거지로 이사하지 않은 사람들을 겨냥해 벌써 문전지하철역 일대에 원룸 플래카드가 20여곳에 나붙었다. 오피스텔과 원룸 등 10여곳이 올초 완공됐다. 연면적 11만㎡, 30층짜리 복합건물로 만들어진 부산 동구 ‘장영자 빌딩’도 9월 완공 목표로 오피스텔에 이어 상가 분양에 들어갔다. 금융과 보험 관련 업체들의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마제스타 아파트 등의 가격도 3.3㎡당 10% 이상 뛰었다. 동천을 따라 가는 도로변 주택들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이재언 현대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말보다 3.3㎡당 100만원이 올랐다”며 “금융단지에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주변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브랜드 없던 ‘동네 가게’만 있던 이 일대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빵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금융단지 바로 앞에 있는 동천 건너편에는 ‘파리빠게트’ 개점에 이어 지난 27일에 ‘투썸플레이스’가 문을 연다.

평범한 주민이 살던 문현금융단지 일대에 부자 금융 샐러리맨들이 무더기로 입주하면서 동네 분위기가 부산 최고의 비즈니스 타운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은행은 물론 보험과 금융증권 투자운용 보증 등 다양한 영역과 관련을 맺고 있는 선진국형 지식산업”이라며 “유동인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