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브랜드·패션外 사업 공격적 확장…아르마니 명품 이미지에 흠집?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1990년대 미국 월가를 배경으로 한 증권맨의 욕망을 그린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슈트를 입고 나온다. 주인공이 성공한 남자라는 것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아르마니 슈트를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슈트와 여배우들의 레드카펫 드레스로 유명했던 아르마니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탈리아 업체 최초로 패스트패션에 진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중저가 브랜드 사업을 본격화했다. 매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아르마니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선호하던 소비자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업 다각화로 매출 증대

중저가 브랜드·패션外 사업 공격적 확장…아르마니 명품 이미지에 흠집?
아르마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5% 늘어난 22억유로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익도 18% 증가한 4억100만유로에 달했다.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업체들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회사 측은 “신흥국 시장에서 명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르마니 브랜드에 대한 선호와 유통채널 증가로 실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매출 증가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따른 것이다. 아르마니는 의류 브랜드뿐 아니라 호텔, 초콜릿, 꽃 등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매장 수도 늘리고 있다. 2010년 이후 아르마니 매장은 4배로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00개에 달한다. 특히 중저가 브랜드 매장이 급격히 증가했다. 아르마니진 매장은 2010년 21개에서 최근 722개로 증가했다. 아르마니익스체인지는 34% 늘어 270개, 아르마니콜레지오니는 15배 증가해 매장이 500개를 넘었다.

○고급 이미지는 추락

문제는 명품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실추다. 저가와 고가 브랜드 사이에 차별성이 떨어지면서 아르마니 브랜드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아르마니의 전략은 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돌체앤가바나는 2011년 비교적 저렴한 세컨드라인 론칭을 취소했다.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커링그룹, 에르메스 등은 최근 제품 가격을 더 올렸다. WSJ는 “비싼 제품을 소비할 수 있고 수익성이 가장 높은 상위 1%의 소비자에게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루이비통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컨버스 소재 가방 종류를 줄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명품 업체들은 패션 외의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한다.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프라다 최고경영자(CEO)는 “대중적으로 너무 많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 않다”며 “호텔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르마니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다는 증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열린 밀라노패션위크에서 애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은 아르마니 패션쇼를 보지 않고 지나갔다. 아르마니는 중국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스미스스트리트솔루션의 프랭클린 야오 대표는 “중국 대형 쇼핑몰에서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이 입점하길 기대하지만 아르마니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