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석 소장 "SK가스·삼천당제약 등 체력 좋은 기업 주목"
미국의 다우존스와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견조한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아직 힘겨운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그림자금융 붕괴 위험 등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 관련주로 꼽히는 화학과 조선, 기계, 철강주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52주 신저가를 나타내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 급락도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수년래 최저치인 달러당 1020원 아래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코스피지수가 이런 악재들을 어느 정도 반영한 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2000포인트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수는 환율의 추가 하락을 겨냥해 한국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세 상승을 속단하긴 이르다. 하반기 기업 실적이 회복되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때 비로소 증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증시 전체의 방향성보다는 각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더 주목한다. 종목별로 보더라도 과거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움직임과 달리 철저히 가치주 중심의 종목별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장기 조정 양상을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선진국형으로 바뀐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가치주 투자가 인기를 얻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주식을 좋은 타이밍에 매수한다면 중기적 관점에서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실적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저평가된 주식을 잘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중국 경기와 환율 불안이라는 악재가 겹친 현 시점에서는 내수주 투자가 비교적 유리해 보인다. SK가스, 노루페인트, 태평양물산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 대형주 중에는 전기요금 인상 효과를 보고 있는 한국전력 등이 이목을 끈다. 내수주는 아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헬스케어 등 고령사회 유망산업 중에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도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관심이다. 삼천당제약, 마크로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향후 먹거리 산업인 사물인터넷과 3D 프린터주 역시 정부 지원 가능성과 성장성을 고려할 때 주목해봐야 한다. 효성ITX, 나노스, TPC 등이 유망해 보인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는 종목 선택과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의 첫 단추인 매수를 잘한다면 뼈아픈 손절매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특히 지금은 강세장이 아니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탄력적인 종목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것보다 충분한 조정을 거친 종목을 노려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