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세월호에 묻은 스승의 날… 교수들은 반성한다, 'OO사회'를
[ 김봉구 기자 ] ‘스승의 날’이다. 세월호 참사 한 달(30일)째다. 교육자로서 스승의 날은 반납했다. 대신 지식인으로서 세월호가 드러낸 한국사회의 민낯을 곱씹어 비판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대학사회에 교수들의 자성 목소리가 가득하다.

세월호 참사를 진단하는 기본틀은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이다. 그간에도 대형참사가 터지면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개념으로 자주 인용됐다. 교수들의 비판은 더 나아갔다. ‘사고사회’ ‘비리사회’ ‘불량사회’ ‘불안정사회’ 등의 표현이 줄줄이 호명됐다. 마침내 “반(反)인간적 사회로 전락했다”는 탄식도 터져나왔다.

◆ 사고사회, 비리사회, 불량사회, 불안정사회, 그리고 反인간적 사회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리는 ‘세월호 대참사 교수단체 긴급토론회’ 발제를 맡은 홍성태 상지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한국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빈발하는 사고사회이며, 그 이면은 비리가 만연한 비리사회”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울리히 벡의 저서 ‘위험사회’를 처음 번역하고 ‘대한민국 위험사회’를 저술한 대표적 위험사회 연구자다.

홍 교수는 울리히 벡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독일은 투명사회, 반면 한국은 비리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점을 올바로 인식하지 않고 한국을 위험사회로 설명하는 것은 이론적·실천적으로 큰 잘못” 이라며 “한국은 독일과 확연히 다른 ‘악성 위험사회’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을 총체적 불량사회로 규정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고통에 대한 공감이다. 더불어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제2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며 “누구를 비판하기에 앞서 ‘내 탓이오’를 외치며 성찰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불량사회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동 발제자로 나서는 권영숙 서울대 교수(사회과학연구원)는 “불안정노동이 불안정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정부·사회의 실패 등 세 가지 시각 가운데 ‘사회의 실패’를 주 요인으로 꼽은 권 교수는 “비정규직인 ‘바지 선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계약직, 심지어 몇몇은 당일 고용된 ‘알바’ 승무원이었다는 사실은 선원법 자체를 무색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의 실패라는 문제의식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나 원죄의식을 넘어 이 같은 차가운 현실을 볼 수 있게 한다” 며 “안전불감증, 위험사회의 잣대만이 아닌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대 교수들 '전국민적 참회 제안' 경희대 교수들 '스승의 날 반납'

앞서 14일엔 연세대 교수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대규모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교수는 반인간적 사회임을 입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사회적 참회를 촉구했다. 스스로 스승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도 반성했다.

연세대 교수 131명은 성명에서 “세월호 비극은 황금만능주의, 결과중심주의에 치우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과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수들부터 한국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방조·편승하려 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깊이 뉘우친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소속 교수 179명도 이날 ‘스승의 날을 반납합니다’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를 교육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에 있다. 최선의 애도는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 이라며 “공감·대화하는 능력을 재점검하고 협동·배려하는 마음을 극대화하면서 변화를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불의에 적극 개입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교육,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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