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사과…"근로자에 합당한 보상"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린 직원과 가족에게 사과했다. 또 합당한 보상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 상대인 반올림(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 측이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 대상·기준 책정에 미온적이어서 7년을 끌어온 반도체 직업병 보상 문제가 매듭을 지을지 주목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산업재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하겠다”며 “지난달 9일 유가족과 ‘반올림’,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난치병에 걸린 직원들과 가족의 아픔·어려움에 대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작 이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이 사과한 건 처음이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7년이다.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여직원 황유미 씨(당시 23세)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 이에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반올림이 발족해 황씨 등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내고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서울대와 미국 인바이론 등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공장 환경과 발병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 양측은 대립각을 세웠다.

양측은 작년 1월 첫 협상을 시작했으나, 반올림 측이 피해자 가족 위임장을 내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올 2월엔 황씨 얘기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해 갈등이 격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9일 심 의원이 유가족 및 반올림과 함께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 협상을 제안했고, 삼성전자가 수용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대상 등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 측은 “삼성의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닌데도 반올림이 중재기구를 제안한 것처럼 또다시 주장하니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우리를 교섭 주체로 인정해 중단된 교섭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고, 요구에 성실히 답하라”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