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주지사 후보에게 듣는다]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 "개발사업 韓·中 합작이 바람직"
“제주에 밀려들어 오는 중국 자본은 ‘먹튀성 투기’와 ‘좋은 투자’의 옥석(玉石)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50)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투기성 자본에 대해선 강력하게 규제하겠지만 제주도민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는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길을 터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후보는 “마을 투어를 가보면 어르신들께서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땅을 중국인들에게 너무 많이 팔아넘기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며 “국·공유지에 한해서는 매각 대신 장기 임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개발사업은 양국의 합작투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2월 부동산투자 이민제도 시행 이후 제주에서 중국인이 소유한 토지는 2010년 4만9000㎡에서 2013년 245만5000㎡로 3년 새 50배 이상 늘었다. 도민들은 이런 땅 투자의 대부분이 시세차익을 노린 단순 투기가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18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인 드림타워와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등 중국 자본이 참여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원 후보는 “(지사가 된다면) 이들 사업이 고품격 관광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철저히 가려 사업 방향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를 ‘제2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제주의 무공해 자연환경을 살려 청정에너지를 확대하고 도내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강화해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관련 연구소를 유치할 것”이라며 “마케팅 조직을 제주로 끌어올 수는 없겠지만 연구조직이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주 신공항 건설과 관련, “민간 자본을 유치해서라도 공항 확충에 힘쓰는 것이 제 확고한 의지”라고 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3등을 했다. 원 후보는 “순서만 보면 다음 대선에 도전해야 할 차례였다”며 “하지만 몇 년이 되더라도 전국적 차원에서 민생 투어와 정치개혁 운동을 통해 바닥을 다질 때라고 생각했고, 마침 제주에서 부름이 있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1964년 제주 서귀포 △제주제일고·서울대 법대 △제34회 사시 수석 합격 △부산지검·서울지검·수원지검 검사 △16·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무총장

제주=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