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한국 자본시장 다 죽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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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없어 출산율 제로 상태
구조조정은 국영 산업銀이 독점
일본 20년 주가하락이 생각난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구조조정은 국영 산업銀이 독점
일본 20년 주가하락이 생각난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증권회사들이 기아 상태라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자기자본 이익률이 1% 수준이다.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이자도 못 번다지 않나. 자기자본에서조차 기회 손실이 심각한 터에 고객 자산을 불려주는 일이라니…. 헛웃음이요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은 타다 남은 잿더미에서 낙전이나 헤집어 볼 뿐이다. 벤처 펀드도 그렇게 할 일이 없고 웬만한 사모펀드조차 어렵사리 인수한 한두 개 구조조정 기업을 껴안은 채 출구를 못 찾아 헤매고 있다.
장이 열려야 팔고 나오든지 뭘 하든지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인수합병(M&A)시장이 죽어버려 펀드들은 이제 원치도 않는 진짜 기업가 행세를 해야 할 지경이다. 투기에 실패하면 투자를 한다지 않는가. 위기 기업들이 많아 산업은행이 이다지도 바쁘다는데 M&A시장은 오히려 더한 개점휴업이다. 기업들이 죽어나가면 장의사라도 신나야 하는데 국영 장의사가 독차지를 하고 있으니 민간 펀드들이 할 일이 없다. 채무 조정이 조금만 들어가주면 금세 살아나는 기업들인데 구조조정 규칙이 대체 어떻길래 매번 갈등소리만 요란하다.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지…. 산업은행을 아예 폐쇄해버리면 기업 구조조정 시장은 필시 살아날 것이다.
작년 한 해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상장된 기업은 3개다. 최소한 30개씩은 되어야 하지만 출생률은 이처럼 거의 바닥이다. 코스닥 기업공개도 매년 100개는 넘어야 하지만 작년 37개에 그쳤다. 2010년 4조원을 넘겼던 기업공개는 2012년 4000억원대, 작년에는 1조원이다. 무엇보다 증권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없다. 증권시장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것이다. 알짜 주식의 신규 공급이 없다 보니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할 전부다. 그러니 식욕도 나지 않는다. 아마 이 두 회사 관련기업을 제외하면 주가지수는 1000에도 못 미칠 것이다.
기업공개가 없으니 정부와 업계가 아무리 떠들어도 투자은행(IB)업무 같은 것들은 공수표다. IB라는 단어는 실은 저축은행의 ‘은행’ 같은 과장어법이다. 당국과 국회만 모르는 것은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진짜 이유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아예 가죽을 벗길 테다”며 기다리는 소위 행동주의 투기꾼들 앞에 발가벗을 착한 기업이 과연 몇 개나 있겠는가. 지난 20년간의 자본시장 대책이 모두 규제의 그물을 더 촘촘하게 만든 것들이었다. 소액주주 운동의 결과요, 조선 주자학의 부활이며, 반기업 정서에 사로잡힌 자들이 재벌 기업을 사로잡기 위해 펼쳐 놓은 그물이요 덫이었던 거다.
상장은 곧 기업규제였고, 기업공개는 곧 수많은 공시의무 및 행동의 제한과 금지였다. 자칫 기업경영권조차 빼앗길 수도 있는 약탈적 시장질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기 목을 자기가 조여가는 것을 자살이라고 부른다면 한국 자본시장은 분명 자살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97체제’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한국은 지금도 거대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모조리 국민연금이 빨아간다. 알토란같이 모은 돈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대기업 해외 공장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그렇게 모은 돈을 체계적으로 해외에 내보낸다. 기업 해외투자는 극력 비판하면서 국민연금 해외투자는 언급조차 않는 것도 기이하다. 누구도 국민연금을 민영화하거나 해체하자고 말하지도 않는다. 또 그것이 세대부조 기금에 불과하다는 사실, 나의 예금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도 시인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본시장은 슈퍼갑 아래에 뇌사 상태가 되고 말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산업의 앞날이 안 보이니 주가도 못 오르는 것이다. 규제 천국이요, 상장 지옥에서 기업의 미래인들 있겠는가. 노란 넥타이에 커프스 버튼을 좋아하는 월가 출신들과 국내 좌익들이 ‘당장의 주가 극대화’라는 독약을 한국 증시에 풀어놓았던 것이다. 일본 증시는 지난 20년 동안 4만엔에서 1만엔 이하로 20년간이나 줄기차게 떨어졌다. 그 긴 그림자가 반추되는 한국 증시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장이 열려야 팔고 나오든지 뭘 하든지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인수합병(M&A)시장이 죽어버려 펀드들은 이제 원치도 않는 진짜 기업가 행세를 해야 할 지경이다. 투기에 실패하면 투자를 한다지 않는가. 위기 기업들이 많아 산업은행이 이다지도 바쁘다는데 M&A시장은 오히려 더한 개점휴업이다. 기업들이 죽어나가면 장의사라도 신나야 하는데 국영 장의사가 독차지를 하고 있으니 민간 펀드들이 할 일이 없다. 채무 조정이 조금만 들어가주면 금세 살아나는 기업들인데 구조조정 규칙이 대체 어떻길래 매번 갈등소리만 요란하다.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지…. 산업은행을 아예 폐쇄해버리면 기업 구조조정 시장은 필시 살아날 것이다.
작년 한 해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상장된 기업은 3개다. 최소한 30개씩은 되어야 하지만 출생률은 이처럼 거의 바닥이다. 코스닥 기업공개도 매년 100개는 넘어야 하지만 작년 37개에 그쳤다. 2010년 4조원을 넘겼던 기업공개는 2012년 4000억원대, 작년에는 1조원이다. 무엇보다 증권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없다. 증권시장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것이다. 알짜 주식의 신규 공급이 없다 보니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할 전부다. 그러니 식욕도 나지 않는다. 아마 이 두 회사 관련기업을 제외하면 주가지수는 1000에도 못 미칠 것이다.
기업공개가 없으니 정부와 업계가 아무리 떠들어도 투자은행(IB)업무 같은 것들은 공수표다. IB라는 단어는 실은 저축은행의 ‘은행’ 같은 과장어법이다. 당국과 국회만 모르는 것은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진짜 이유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아예 가죽을 벗길 테다”며 기다리는 소위 행동주의 투기꾼들 앞에 발가벗을 착한 기업이 과연 몇 개나 있겠는가. 지난 20년간의 자본시장 대책이 모두 규제의 그물을 더 촘촘하게 만든 것들이었다. 소액주주 운동의 결과요, 조선 주자학의 부활이며, 반기업 정서에 사로잡힌 자들이 재벌 기업을 사로잡기 위해 펼쳐 놓은 그물이요 덫이었던 거다.
상장은 곧 기업규제였고, 기업공개는 곧 수많은 공시의무 및 행동의 제한과 금지였다. 자칫 기업경영권조차 빼앗길 수도 있는 약탈적 시장질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기 목을 자기가 조여가는 것을 자살이라고 부른다면 한국 자본시장은 분명 자살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97체제’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한국은 지금도 거대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모조리 국민연금이 빨아간다. 알토란같이 모은 돈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대기업 해외 공장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그렇게 모은 돈을 체계적으로 해외에 내보낸다. 기업 해외투자는 극력 비판하면서 국민연금 해외투자는 언급조차 않는 것도 기이하다. 누구도 국민연금을 민영화하거나 해체하자고 말하지도 않는다. 또 그것이 세대부조 기금에 불과하다는 사실, 나의 예금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도 시인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본시장은 슈퍼갑 아래에 뇌사 상태가 되고 말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산업의 앞날이 안 보이니 주가도 못 오르는 것이다. 규제 천국이요, 상장 지옥에서 기업의 미래인들 있겠는가. 노란 넥타이에 커프스 버튼을 좋아하는 월가 출신들과 국내 좌익들이 ‘당장의 주가 극대화’라는 독약을 한국 증시에 풀어놓았던 것이다. 일본 증시는 지난 20년 동안 4만엔에서 1만엔 이하로 20년간이나 줄기차게 떨어졌다. 그 긴 그림자가 반추되는 한국 증시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