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정한 리더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하다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이란 사람을 만나게 됐다. 부모로서는 자랑할 만한 아들이고 제3자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멋있게 살다간 사나이다.

그는 1874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의사였던 아버지는 그의 장래를 위해 런던으로 이사를 했다. 아버지는 그가 자신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16세에 해군에 입대했다. 27세가 되는 1901년에는 유명한 영국 해군장교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남극 탐험대원이 됐다. 1908년 그는 직접 탐험대를 만들어 배를 타고 남극으로 가서 역사에 남을 만한 지리학·생물학·기상학적 발견 및 실험을 하고 귀환한 후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1914년 섀클턴은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했다. 남아메리카 끝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출발해 남극대륙 해안에 도착한 후, 남극점을 가로질러 대륙을 횡단해 반대편 뉴질랜드 쪽 남극해로 나가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의 배는 출항한 지 한 달 만에 얼음에 갇혀 남극해에 가라앉게 됐다. 27명의 대원은 식량 보트 생필품 등을 썰매에 싣고 남극해 얼음 위를 넉 달 반 동안 헤매다, 보트를 띄울 수 있는 바다를 만나 근처 섬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섀클턴은 이후 대원들을 이끌고 16일 동안 1300㎞를 항해하는 초인적 노력 끝에 출발지인 사우스조지아 섬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의 낙오나 사망도 없이 전원 구조됐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면 의견 분열이 일어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해하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서 기적을 일으킨 섀클턴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험난한 바닷길을 헤쳐가는 든든한 모습에 대원들은 감동해 힘을 하나로 모았다. 그는 탐험대를 모집할 때 이렇게 구인광고를 했다. ‘사람 구함, 위험한 여행이고 봉급은 보잘것없음. 무사 귀환한다는 보장 없음. 단지 성공했을 때 명예와 영광이 있을 뿐.’ 얼핏 무심한 광고지만, 그는 ‘전원 무사 귀환’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였다.

탐험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남극대륙을 한 바퀴 도는 네 번째 탐험대를 구성하던 중 1922년 심장마비로 생을 마쳤다. 현재 그가 꿈을 키웠던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영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는 참으로 대비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우리 어버이들, 이런 자식 하나 키워볼 만하지 않은가?

김경덕 < 델코리아 사장 kyeongdeog_kim@de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