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8일 오전 서울외곽순환도로 송내 나들목 근처에서 과적 화물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8일 오전 서울외곽순환도로 송내 나들목 근처에서 과적 화물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에선 길이 3m짜리 철골 2개가 차량이 다니는 동부간선도로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과 시민 통행이 적은 새벽 시간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경찰은 과적 화물차량이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교량 밑 철골구조물(철골 비계)에 부딪쳐 철골이 추락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 … 치사율 4배

지난해 영업용 화물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6849건으로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 22만3656건의 3.1% 정도다. 그런데 화물차 사고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화물차 교통사고 시 운전자가 사망하는 비율은 3.97%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1.6배에 이른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비율보다 적재중량 5t 이상 중형 화물차 운전자의 사망 확률은 1.7배, 10t 이상 대형차량 운전자의 사망 확률은 4.1배 더 높았다.

과적 차량의 위험은 더 커진다. 규정보다 많은 화물을 적재하고 주행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완전히 멈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고, 차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아 대형사고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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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 트럭이 규정을 지켜 총중량(차량과 화물의 무게를 합한 값) 40t으로 시속 100㎞로 주행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거리는 84m 정도다. 그러나 여기에 중량을 12t 추가하면 제동거리는 112.5m로 크게 늘어난다.

과적에 따른 타이어 마모도 사고를 유발한다. 적재중량을 50%만 추가해도 타이어의 내구수명이 최대 60%까지 감소해 타이어가 제동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홍남주 도로공사 도로안전팀 차장은 “무리하게 화물을 실으면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가 사고 시 차량이 전복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과적 차량은 제동거리, 타이어 마모, 전복 가능성, 엔진 출력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 중 만난 화물차 운전자는 “정해진 무게의 몇 배를 싣고 달리다 보면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아 섬뜩할 때가 있다”면서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과적이 가능한 이유는 화물차량에 타이어 축을 하나만 늘려도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통 적재중량 4.5t부터 18t까지의 화물 차량들은 바퀴축을 한 개씩 더 설치한다. 또 적재중량 22t, 25t 차량과 트레일러 차량은 바퀴축을 2개씩 추가하기도 한다.

타이어 축이 추가되면 축 1개당 차량 길이가 1.3m까지 늘어나 적재공간이 넓어지고, 적재 화물의 무게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심동진 화물연대 사무국장은 “적재중량 25t 차량이 바퀴축을 2개 더 추가하면 100t 이상 화물을 실을 수 있다”며 “전체 영업용 화물차의 80~90%는 바퀴축을 늘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단속도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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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도로법에 따르면 운행제한차량(과적) 단속 기준은 총중량 40t, 축중량(자동차 양쪽 타이어에 실리는 중량) 10t 초과 차량들이다. 높이 4m, 길이 16.7m, 폭 2.5m를 넘으면 안된다. 국토교통부는 측정 장치의 오차를 감안, 실제로는 총중량 44t, 축중량 11t 초과 차량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은 도로 종류에 따라 국도는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이, 고속도로는 도로공사가, 지방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도로공사 이동단속팀원들은 그 위험성을 털어놨다. 고속도로에서 고속 주행하는 과적 차량에 따라붙은 뒤 갓길로 유도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운전자도 있다는 것이다.

박은철 군포지사 이동단속팀장은 “가장 심했을 때는 총중량이 70t을 넘었던 화물 차량을 4시간 동안이나 추격한 적도 있다”며 “얼마 전 월곶갈림목 근처에선 차량을 추적하는데 다른 화물차량이 다가와 단속차 운행을 방해하며 위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국 15개 지부에 30여명이 나서 과적 차량을 제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화물연대의 경우 단속에 나선 상근자들이 과적 차량 운전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잦다고 전했다.

○시소타기 수법으로 검문소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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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의 경우 전국 330개 톨게이트에 고정식 검문소를 만들어 과적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국토부 또한 산업단지 인근 주요 국도에 고정식 검문소 27곳을 운영하고 있다.

적재중량 4.5t 이상의 화물차가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면 고정식 축중기가 설치된 진입차로를 통과해야만 한다.

고정식 축중기는 바퀴별로 무게를 잴 수 있는 ‘패드’가 한 줄에 한 쌍씩 바닥에 설치돼 있는 장비다. 하지만 과적 차량은 이른바 ‘시소타기’ 수법을 이용해 중량 단속을 피해간다.

모든 고속도로 요금소에 검문소가 있는데도, 과적 차량들이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이유다. 차량의 앞부분이 패드 위를 지날 때는 뒷부분에 있는 타이어 축의 압력을 올리거나 내려 앞바퀴에 실린 하중을 뒤쪽에 몰아주는 수법으로 단속을 모면하고 있다. 차량 뒷부분이 패드를 통과할 때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능숙한 화물차량 운전자들은 시소타기 방식으로 최대 10t까지 측정 총중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도로공사의 설명이다.

도로공사는 이런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차량을 통째로 올려놓고 무게를 재는 계중기(일명 통저울)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계중기 수가 13대에 불과해 축 조작 차량 적발에 역부족이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검문소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만 운영돼 야간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다.

○‘법의 사각지대’ 적재중량 위반 차량들

총중량만으로 과적 차량을 단속하다 보니 적재중량을 어긴 차량에 대해선 사실상 어떤 규제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의 파손과 시설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도로법에서는 차량의 총중량과 축하중만이 단속 기준이 된다. 적재중량 5t 차량이 규정량의 4배인 20t을 싣든, 적재중량 9.5t 차량이 30t을 싣고 달리든 차량과 화물의 무게가 40t을 초과하지 않으면 도로법으로는 단속할 수 없다.

적재중량을 초과한 차량에 대한 단속은 도로교통법에 명시돼 있으며 경찰이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의 무게를 잴 수 있는 변변한 장비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경찰의 단속은 주로 차량의 높이나 폭, 길이 등 적재용량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적재중량에 대한 단속은 화물주가 발급한 화물송장을 문서로 확인하지만 화물량을 정확히 기록하지 않는 것이 관행인 상황에서는 쓸모가 없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직접 무게를 잴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꼭 무게를 재야 할 경우에는 지방국토관리청에 연락해서 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홍선표/오형주 기자 rickey@hankyung.com